대통령·거대양당, 강한 ‘개헌 의지’ 절실…‘기득권 내려놓기’ 가능할까

2025-05-08 13:00:15 게재

2명의 대통령 탄핵,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 대두

촛불혁명 후 개헌 실패, 연동형비례대표제 무력화

거대 양당 후보, 필요성엔 ‘공감’ 속도는 ‘천천히’

“중대선거구제로 양당제 깨야 … 선거법 개정 필요”

21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개헌’이 중심으로 올라왔다. 조기대선과 개헌을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 물거품이 된 이후 대선과정에서 후보들이 ‘개헌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든 2명의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도 개헌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개헌의 동력은 더욱 약해질 수도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대통령과 거대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개헌이 가능하다. 강력한 ‘개헌 의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정부는 개헌에 실패했고 거대 양당은 다당제를 만들기 위해 힘겹게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무력화시켰다.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힘든 이유다.

지난 2023년에 운영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공동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은 7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개헌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실제로 개헌을 하겠다는 진정한 의도,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밖에서 개헌하라고 요구하니까 거기에 응답해 주는 역할로 얘기했을 뿐이었다. 정말 개헌할 의지가 있었으면 개헌 안 했겠느냐”고 했다.

이어 “개헌이라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이 한다”며 “국민의 의지가 뒷받침되고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만 개헌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정말 개헌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국회의장과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 국회의 개헌특위 등에서 개헌을 논의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문 대통령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통해 개헌안을 만들고 수차례에 걸쳐 대국민 설명회를 가졌지만 실제로 문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이에 대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국회를 말한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개헌에 관한 안을 냈다는 기록이 남겠지만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촛불혁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필요하고 제도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헌인데 마무리를 안 지은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간 마무리 비슷한 걸 던지고 자기 책임에서 벗어났다”고도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헌 실패에 대해 “지도자들 특히 대통령 혹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의 철학 부재의 산물”이라며 “대권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개헌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가 가까워지면 우선순위에서 뒤로 늦추며 ‘나까지 하고 그 다음에 개헌하면 되지’하는 생각을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이 뒤에서 리모트 컨트롤을 하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며 “국회에만 맡겨두면 (개헌이) 금방 된다”고 했다.

◆이번엔 가능할까 = 촛불혁명으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정부가 개헌에 실패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의 승자가 ‘개헌’을 앞세울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덕수 예비후보 등 거대양당 후보들은 ‘개헌’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급하지는 않다고 보는 듯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광주에서 “개헌은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 때”로 시간표를 내놨다. 그는 “개헌이 시급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개헌 내용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을 비롯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국무총리 추천제 등 권력구조 개편도 포함시켰다. 3년 전 대선 땐 이 외에도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강화 명문화, 감사원 국회 이전 등을 담은 개헌안을 제안한 바 있다.

김 후보는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입법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법부에 많은 힘을 줄 경우 170석의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같은 ‘입법부 견제용 개헌’은 민주당의 ‘입법부로의 대통령 권한 이양’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한 후보는 임기 후 개헌을 시작해 3년 만에 완료하고 임기를 그만두는 ‘임기단축 개헌론’을 내놓으면서도 “1년 정도는 모든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국민적 차원에서 더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 양원제, 국회에서 선출하는 책임총리제 등 헌정회 개헌안을 제시하며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합의된 것부터 순차적으로? =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 후보는 ‘합의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개정해 나가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2023년에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공감 개헌 시민공청회’를 주도했던 국회 관계자는 “권력구조는 예민한 부분이라 빼고, 생명권 등 다양한 기본권 등을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권력구조”라고 했다. 그는 “5.18 정신을 넣거나 동물권 등을 포함시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고 넣지 않아도 현재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헌법을 개정하게 되면 쟁점은 권력구조와 관련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수술하는 권력구조 개편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로 이관하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바꿀지 등 임기와 중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번에 걸친 전국단위 선거(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어떻게 재배치할지도 관건이다.

‘분권’은 감사원이나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옮기고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또 국민 발안권, 국회의원 국민 소환권 등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국민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도 주요 과제다.

많은 토론과 논의가 있어 모든 경우의 수가 탁자 위에 올라와 있긴 하지만 합의된 조합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이 조합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 일부만 먼저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원포인트 개헌’이 매번 실패했던 이유다.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헌한다’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선거법도 동시 추진 = 개헌보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거대양당 구조를 깨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다당제 체제로 전환해야 힘의 분산이 이뤄져 협치와 통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교섭단체가 많으면 논의할 때 합의가 힘들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점점 속도도 붙을 거고 자연히 협치가 되고 연정을 하게 돼 사회가 통합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승자독식의 양당제를 하는 한 갈등과 분열의 연속이 될 것이고, 다당제로 가면 연정을 통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된다”며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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