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무역합의…영국산 자동차·철강 관세 인하
영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
관세갈등속 첫 타결 성과
8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이 새로운 무역 합의에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전면 시행 이후 첫 개별국 협상 타결이다.
합의의 핵심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정이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최대 27.5%의 관세를 연간 10만대 한도 내에서 10%로 낮춘다. 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전체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 인하 혜택이 적용된다. 고급차 브랜드 애스턴 마틴의 주가는 발표 직후 10% 급등했다.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도 철폐된다. 영국은 2023년 기준 미국에 약 16만5000톤, 4억파운드(약 7400억원) 규모의 철강을 수출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동맹’ 체제를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을 개방한다. 에탄올(관세 19% 폐지),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이 포함된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미국 수출업체에 연간 50억달러 규모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소고기에는 1만3000톤의 무관세 수출 쿼터가 설정됐다.
다만 미국은 영국에 대한 10% 상호관세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연간 60억달러의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 보잉사 항공기를 영국이 100억달러어치 구매하고, 미국이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항공기 엔진과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디지털 서비스세와 의약품 관련 이슈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으며, 향후 별도로 논의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미국이 제약 분야에 대해 ‘우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공정무역 원칙을 반영한 첫 사례”라며 “향후 협상에서도 이 모델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3월 12일 발효), 자동차(지난달 3일 발효) 등 품목별 관세에 이어 지난달 2일 미국의 무역 적자를 이유로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에 착수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첫 국가는 매우 상징적이며, 이는 세계에 영국이 개방돼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협의 결과는 전통적인 형식의 무역협정이 아닌 주요 원칙만 담은 일종의 프레임워크(기본합의)로 세부 협정 내용은 향후 수주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일본, 인도 등과의 협상에도 속도를 낼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