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적기시정조치 심사 대상에…자본적정성 4등급
지급여력비율 120% 이하로 하락, 경영개선 불가피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강행에 금감원 ‘제동’
‘보험계약자 자금으로 빚 갚으려 한다’는 비판 나와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경영실태평가에서 자본적정성이 적기시정조치 심사 대상 등급(4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손보는 건전성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나섰고, 금융감독원은 법규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롯데손보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본적정성 잠정등급이 4등급이라는 내용을 롯데손보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측 의견을 받아 등급을 확정하면 적기시정조치 심사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적기시정조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말 기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120% 이하로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8일 “롯데손보의 지난해말 K-ICS 비율은 154.6% 이나 회사가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비율은 크게 하락해 150%(감독기준)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밝혔다.
현행 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K-ICS 비율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K-ICS 비율이 150% 미만인 경우 조기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나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을 둔 것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줘야 할 돈(보험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금감원은 현재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이 조기상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만큼, 조기상환을 할 경우 감독규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조기상환을 할 경우 K-ICS 비율이 5%p 더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건전성 취약한데, 더 취약하게 만드는 걸 강행" = 금융당국 내에서는 ‘롯데손보가 보험계약자 자금으로 빚을 갚으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전례가 없는 부분이라 당혹스럽고 금융업을 영위한다는 회사들에 자본적정성은 핵심적인 사안인데 조기상환을 강행한다는 것은 종전까지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며 “제재여부를 떠나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더 취약하게 만드는 걸 강행한다는 것에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조기상환권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예탁결제원에서도 제동을 걸면서 실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탁결제원이 금감원에 후순위채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해 문의를 했고 금감원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상환은 예탁결제원을 경유해 증권사 계좌로 자금이 들어가는 구조여서 예탁결제원이 차단하면 콜옵션 행사가 어렵다.
금감원은 후순위채 조기상환권 행사를 하려면 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 재무상황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라며 “롯데손보측이 당기 수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이익보다는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을 조속히 추진해 투자자·계약자 보호를 우선시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올해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기존 채권 상환을 준비해왔으나, 금감원이 회사의 후순위채 발행을 보류시킴에 따라 발행을 철회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당시 롯데손보에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중요 재무수치, 투자위험요소 등)을 충실히 기재할 것을 지도했으며 이후 롯데손보가 자진 철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손보가 2024년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음에도 지난해 3분기 수치만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하루 뒤에 잠정실적으로 공시했다는 것이다.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강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하면서 전자단기사채 등을 발행해 투자자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기평 “자본확충 쉽지 않아” , 롯데 손보 "감독당국 입장 존중" = 한국기업평가는 8일 보고서는 내고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이 단기간 내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이번 사태로 여타 보험사가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 투자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조기상환이 예고된 물량은 2026년 12월 460억원, 2027년 9월 1400억원 등이다. 한기평은 “시장에서 평판 저하로 자본성 증권 신규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 자본확충 수단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K-ICS 비율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강공에 롯데손보는 한발 빼는 모습이다.
롯데손보는 애초 예탁결제원과 콜옵션 행사를 위한 방안을 7일 마련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8일 불승인 입장을 예탁결제원에 발송하면서 콜옵션을 저지했다. 이에 따라 “12일까지 조기상환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감독당국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오승완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