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개인투자자 국내 시장 이탈 가속화
30대 중심 해외투자 확대 … 한국 증시 활력 저하
‘주주 환원·소통 강화’ 통한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상장시장 질적 성장과 일반 주주 권익 강화' 중요
만성적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로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30~40대 미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시장전문가들은 상장사 스스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 자본시장이 직면해 온 구조적 저평가 문제를 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소통강화’를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가치 제고 노력과 상장시장의 질적 성장 기반 마련, 일반주주들의 권익 강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상위권인 한국, 증시에선 신흥국 = 자본시장연구원은 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그간 추진된 주요 정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구조 개선의 향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추진 성과 및 향후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기업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신뢰 강화 과제’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한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자본시장은 국내총생산(GDP), 시가총액, 상장기업 수 등 양적 측면에서 글로벌 상위권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GDP 세계 12위, 시가총액 14위, 상장기업 수 8위 등 양적 측면에서 글로벌 상위권이지만, 여전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시장평가의 질적 측면에서 후진적 평가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상장기업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지표에서 만성적 저평가 상태다.
◆코스피 투자 지표 신흥국 평균에도 미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 200 기업의 PBR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평균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200 PBR은 0.8배로 선진국 23개국 평균인 3.5배는 물론 신흥국 24개국 평균인 1.8배에도 한참 못 미친다.
국가별로 보면 선진국 중 미국의 PBR은 4.8배로 집계됐고, 영국과 프랑스는 1.9배, 일본은 1.5배로 조사됐다. 신흥국 중 인도의 PBR은 4.0배이고, 대만 2.6배, 브라질 1.7배, 태국과 중국은 각각 1.6배와 1.5배다.
코스피 200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PER 역시 11.0배에 그쳐 선진국 전체 평균 21.3배과 신흥국 평균 15.2배에 미치지 못했다.
코스피200의 배당수익률 또한 2.4%로 선진국(1.9%)보다 높고 신흥국(2.8%)보다는 낮았다.
이는 기업지배구조, 배당정책, 투자자 신뢰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기업가치 저평가로 자본조달 비용은 증가하고,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유입은 저조한 가운데 주주환원 미흡으로 장기투자 기반 약화, 우량기업의 해외 이전 및 탈한국화 심화, 개인투자자 신뢰 하락 및 해외 시장 이탈 등이 나타난다.

◆국내 증시 투자자 고령화 =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304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도 확대 중이다.
강 실장은 “국내시장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보다 해외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또 30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평균 연령은 고령화됐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평균 연령은 2020년 53.7세에서 2024년 55.9세로 높아졌다.
강 실장은 “이런 연령구조 변화는 국내 주식시장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저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향후 주식시장이 균형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고 국민 자산 형성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향후 과제로 △주식시장 구조 변화 △복수시장 체제 선진화를 위한 개선 △상장시장의 질적 성장 기반 마련 △일반주주 권익 강화 등을 꼽았다.
◆150개 기업 밸류업 공시 참여 = 한편 정부는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그동안 추진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크게 4가지 방향에서 30여개의 과제들을 다각적으로 추진한 결과 일부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①자본시장은 대내외 위기 영향이 최소화되고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②국민의 금융자산에 대한 관심과 보유 규모가 증가하고 ③기업의 주주환원 노력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코스피 기업 시가총액 기준 약 50%에 해당하는 150개 상장기업이 밸류업(기업가치제고) 공시에 참여했고(7일 기준), 이들 기업은 시장 평균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 밸류업 정책 및 배당 확대, 투자자 정보접근성이 커지는 등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최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위험회피 심리 확산 등으로 성과가 제약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다. 김 부위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완전히 해소하고 명실상부한 선진 자본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그간의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은 더욱 공고히 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면서 긴 호흡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