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법원으로 간 정치…후보 단일화도 사법부 손에?

2025-05-09 13:00:03 게재

국민의힘 지도부 ‘단일화 일정’ 강행에

김문수 후보 측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

과거 이준석 대표 시절에도 법적 대치

윤상현 “법적공방에 당 존립 위태로워져”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이 또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극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 문제도 법원의 판단에 좌우될 상황에 놓였다. 당 지도부의 단일화 일정 강행에 김문수 후보 측이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한 것.

국민의힘은 과거 이준석 대표 시절에도 이 대표 징계 후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국면에서도 유사한 법적 대치를 보인 바 있다. 정치권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진흙탕 싸움을 거듭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김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단일화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또는 9일에 전국위원회를, 10일 또는 11일에 전당대회를 소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후보 교체를 위한 전당대회 소집’이라며 반발, 7일 서울남부지법에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지도부가 전국위원회 및 전당대회를 무리하게 소집해 김 후보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후보 지위까지 위협하는 행태가 드러났다”면서 “당의 민주적 운영과 절차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처사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8일에는 김 후보도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법정 대치에 직접 참여했다. 김 후보는 이날 KBS 시사 프로그램에서 “제가 당무우선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도부가 전대를 소집해서 후보를 교체하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선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가 선출된 날부터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전대 소집도 현 지도부가 아닌 김 후보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2건의 가처분 신청 건은 8일 오후 한꺼번에 심리가 이뤄졌으며 9일 오후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김 후보에게 유리하게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청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이미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의 강제적 단일화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과 당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이렇게 가면 당이 끊임없는 법적 공방의 나락으로 떨어져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이준석 대표 시절에도 비대위 구성 관련 법정 다툼으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사이 당에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것. 이 대표는 새로 들어선 주호영 비대위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로 두달여를 보내야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 요건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후 정진석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이 대표는 또다시 정 위원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 직무를 인정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이 대표는 결국 국민의힘을 탈당, 개혁신당을 창당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일화 갈등과 관련해 “3년 전 나를 끌어내리려고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서 난리 쳤던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의사를 무시하고 단일화 일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에 윤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됐을 때 나에게는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고 있으니 나는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식언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김 후보를 억지로 끌어내리고 (김 후보가) 가처분 절차에 들어가면 김 후보가 100% 이긴다”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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