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년내 주가 5000포인트”…연평균 수익률 20% 가능할까
“주식으로 자산증식 유도 … 한국 주식 저평가”
중장기 성장 로드맵·배당분리과세 등 전략 공개
국민참여 ‘국부펀드’, 우량기업 육성해 상장 예고
“상징적 수치일뿐”, “과도한 주주환원, 투자 약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년내 주가지수 5000포인트’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연평균 수익률이 20%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모 민주당 의원은 “다음 달부터 한 달 100만원씩 인덱스펀드에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강정책연설에 나와 “3, 4년 내에 주가지수 4000, 4, 5년 내에 주가지수 5000을 돌파해 내겠다”며 단계적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주가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대외 변수까지 반영한 선제적 수치라는 점에서 ‘주가 5000시대’는 수치로 나온 이재명 대선 캠프의 유일한 성장목표다. 대선조직인 집권플랜본부 산하 케이(K)-먹사니즘본부 주형철 본부장이 지난 2월 “경제성장률을 5년 내 3%대, 10년 내 4%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이 후보가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라 공약이라고 보긴 어렵다.

12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5년 내 주가지수 5000포인트가 그리 허황된 수치는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지배구조 등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우량한 기업을 상장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지난 8일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평균 1이 안 된다.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주식도 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도 PBR이 2가 넘는데, 그런 주식이 많이 있다는 것은 비정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저평가된 시장 = 주가순자산비율(PBR, Price to Book-value Ratio)은 주가를 한 주당 순자산가치(장부가격)로 나눈 비율이다. 주가가 한 주당 순자산가치의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보여준다. PBR이 1보다 작으면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저평가 논란은 ‘상수’다. 대북 문제 뿐만 아니라 높은 대외의존도, 오너리스크 등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상장기업의 경쟁력 약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 쉽게 풀기 어려워 뒤로 미뤄둔 과제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후보는 어떻게 이를 해소하고 2500포인트대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를 5000포인트로 올려놓으려고 하는 걸까.
이 후보는 주식시장을 국민들의 투자처로 만들어 코스피 상승을 국민 자산증식 수단으로 전환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경제유튜버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외 대체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자산이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며 “주식시장을 조속히 안정권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 모두 부동산 외에는 투자할 데가 없다. 그래서 모두 영끌 투기, 매입을 할 정도로 부동산에만 매달려왔다”며 “미국은 금융자산 중에 주식, 배당이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도 그런 측면에서 국민에게 부동산 외에 다른 투자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부실 상장기업 솎아내는 등 주식시장 조정 = 구체적인 방안으로 그는 “정책 불안정과 주식 시장의 불안정, 기업 지배경영구조의 퇴행적 모습,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만 정리되면 이론적으로 (코스피) 5000이 가능하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겠지만 제일 큰 문제는 투명성 부족”이라고 했다.
불확실성 해소방안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실용 외교에 따른 남북 대치상황의 지정학적 안보리스크를 해소하고 정부가 명확한 중장기 경제·산업 성장 로드맵을 제시해 투자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주가조작,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활용 등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으로 엄단하고 전자투표제로 의무화해 주주들의 의사가 쉽게 반영되고 상장기업의 상장폐지 문턱을 낮춰 부실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할 예정이다.
또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상법 개정 등으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로 했다. 합병때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 쪼개기 상장때 모회사 일반주주에 신주 우선 배정, 상장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 기업 의무 공개매수 물량 100%로 확대 등 ‘주주 중시 정책’도 제시됐다.
그러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펀드 장기 투자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다.
◆미국식 주주우선주의의 비극 = 여기까지는 다른 정부에서도 내놓았던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후보가 갖고 있는 비장의 카드는 최소 5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다. 이 대규모 펀드가 주식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면서 앞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펀드는 정부, 공공기관과 함께 국민 참여로 조성되는데 유니콘 기업 등 성장기업에 투자해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투자금엔 배당분리과세 등 다양한 세제혜택으로 지원해 수익률을 높여줄 예정이다.
대형 펀드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모 인사는 “정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상법개정 뿐만 아니라 배당분리과세, 상속세 인하 등의 세제혜택까지 이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 5000시대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캠프에 들어가 있는 모 의원은 “주가 5000은 목표치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 주주 중시 경영, 기업 지배구조 개선, 산업 개편 등의 의지를 담아 이를 반영하는 주가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주주이익을 우선시한 주주자본주의가 오히려 기업의 성장과 투자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런던대 장하준 교수는 지난달 22일 국회 강연에서 “미국의 금융시장은 완전히 기생충이 됐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은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90~95%가 주주에게 환원됐다”면서 “이렇게 투자를 안 하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한국에서도 재벌 총수들의 전횡은 분명히 큰 문제이고 주주의 목소리를 강화시킬 필요는 있지만, 그걸 잡는다고 완전히 반대쪽으로 가서 주주 환원율이 90% 정도가 되면 우리도 끝나는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 등 생산적인 기업들이 주주들의 현금 인출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윤의 10%이상 자사주 매입을 못 한다 라든지 이런 명확한 선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