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경제전망, 기준금리 인하 폭·속도 빨라지나
국내외 민간 예측기관, 올해 0%대 성장 기정사실화
한은, 이달 인하 이후 연말까지 3~4차례 내릴 수도
이창용 “내리는 것 의심 말라, 충분하게 낮추겠다”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통화정책 완화의 속도와 폭이 주목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2% 안팎 또는 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경제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0.2%) 이후 사실상 1년간 성장이 멈췄다는 평가다.
성장률의 세부항목 가운데 △민간소비(-0.1%) △정부소비(-0.1%) △건설투자(-3.2%) △설비투자(-2.1%) △수출(-1.1%) △수입(-2.0%) 등 지출부문의 모든 항목에서 전분기 대비 역성장했다.
1분기 세부 거시경제 지표를 확인한 국내외 예측기관은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췄다. 국제금융센터는 11일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달 말 기준 평균 0.8%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말 평균 1.4%에서 한달 사이 0.6%p나 하향 조정됐다. 이 기간 JP모건(0.9→0.5%)과 씨티그룹(1.2→0.6%) 등은 성장률 전망치를 0%대 중반까지 낮췄다. 비교적 높게 내다본 노무라(1.5→1.0%)와 UBS(1.9→1.0%)도 1%에 턱걸이했다.
민간 예측기관이 큰폭으로 낮추면서 한은이 이달 말 내놓을 수정 전망치가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 2월 1.5%로 하향한 이후 추가로 낮추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1% 안팎까지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경기 전망이 빠르게 식으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예상보다 더 빠르고 큰폭으로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장 이달 말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연 2.75% 수준에서 2.50%로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0.50%p를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 전망까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기조적으로 인하할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밝혔지만, ‘충분히’ 낮출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이례적이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빅컷 가능성에는 거시경제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2%대 밑으로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밑도는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폭락중이고, 물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이 5월 한차례 인하 이후 급하게 내릴 수도 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는 2% 밑으로 갈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한은은 이달 말(29일) 금통위에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 이후 올해 안에 4차례(7월, 8월, 10월, 11월) 더 통화정책회의를 갖는다. 이에 따라 한은이 상반기 2차례, 한반기 2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연말에는 1%대까지 기준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