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대 은행 금융사고만 857억원 넘어

2025-05-12 13:00:16 게재

내부통제 강화대책에도 해마다 증가세 … 다수 참여, 수년간 반복 사고에 시스템 부실 지적도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금융계가 해마다 내부통제 강화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기나 내부 직원 일탈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올들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만도 857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이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468건, 8423억원에 달했다.

금융사고 규모와 건수는 △2019년 424억4000만원(60건) △2020년 281억5300만원(74건) △2021년 728억3000만원(60건) △2022년 1488억1600만원(60건) △2023년 1423억2000만원(62건) 등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3595억6300만원(112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사고 종류별로 살펴보면 배임과 횡령 등이 전체 사고 액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업무상 배임이 2524억9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횡령·유용 1909억5700만원(203건), 사기 1626억100만원, 도난·피탈 13억51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를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4594억9700만원(5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권(2505억8400만원, 29.8%) 저축은행(571억200만원, 6.8%) 손해보험(472억5500만원, 5.6%) 카드(229억6600만원, 2.7%), 생명보험(48억8000만원, 0.6%) 등의 순이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158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912억9600만원, NH농협은행 749억3100만원 등의 순이었다.

◆공시 대상 포함안된 사고도 있을 것 = 특히 5대 은행 금융사고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에만 13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피해 금액은 857억9900만원으로 지난해(1774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5건, 488억4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건수 기준으로 국민은행(4건·110억9800만원), 농협은행(2건·221억5100만원), 신한은행(2건·37억500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사고 공시가 없었다.

단일 사고 규모로는 농협은행이 지난달 3일 공시한 외부인 과다대출 사고가 204억9310만원으로 가장 컸다. 대출상담사가 다세대 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킨 건이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공시 대상이라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지난 2020년 51건에서 2023년 36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86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금액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약 59억원에서 2022년 약 822억원으로 늘었다. 2022년 사고 건수는 40건으로 2020년보다 적었으나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한 영향이다. 이후 2023년 약 51억원으로 줄었던 피해 금액은 지난해 금융사고 건수 증가와 함께 1774억원까지 불어났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우리은행 본점 등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개인 일탈뿐 아니라 조직적 사고도 = 특히 내부 직원 일탈로 발생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나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이 허위 서류를 받고 거래처에 약 75억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직원은 해당 거래처와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적으로 금전을 빌려주기도 했다.

KB국민은행에서는 최근 실제 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와 시공사 관계인이 분양받은 것으로 꾸며 장기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약 46억원의 대출이 나간 것이 적발됐다. 현재 감사 절차를 진행 중이며, 업무 연관성과 위법행위 중대성 등을 조사한 뒤 직원의 비위 여부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직원이 업체 신용등급을 임의로 조정해 대출을 취급하는 사고도 있었다.

신한은행에서는 수출입 업무 담당 직원이 은행과 거래 중인 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는 방식으로 3년간 1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강화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 수년간 반복된 금융사고도 발생하고 있어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은행들 사이에서는 강화된 통제시스템으로 과거 사건이 드러난 것도 금융사고 건수 증가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통제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공시된 사고의 경우 내부에서 적발한 사례”라며 “내부 통제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판단해 이를 다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도입으로 이상 거래 탐지 강화 = 최근 금융권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업여신·자산관리·글로벌 등 고위험 부문 전담 인원을 새로 두기로 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영업점과 사업그룹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거래 점검을 강화한다. 또 직원 속성 정보와 업무 행위 위험을 분석하는 AI 모형을 올해 중으로 개발해 새로운 유형의 이상징후도 탐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내부통제를 강화해온 신한은행도 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검사시스템 AI 모형을 고도화하고, 테마 검사 대상도 늘린다. 또 사고 사례를 분석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금융사고 예방 교육도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내부통제전문역 37명을 영업본부에 배치해 영업점 월별 감사와 테마 점검 항목 선정·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2월부터는 이상징후 검사시스템을 도입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자점감사(영업점 자체 감사) 모니터링 조직을 신설해 고위험 거래 사후 점검 체계를 구축했다. ‘자점감사 모니터링반’은 영업점 자점감사 실시 결과 적정성을 점검하고, 고위험 사무소·고위험 거래 테마 점검을 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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