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노인·여성에 더 위험한 건강 적신호
어지럼증 환자 101만명
갑작스런 증상엔 바로 진료해야
눈앞이 아득해지는 어지럼증으로 노인과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어지럼 등으로 고통받은 환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노화나 다약제 복용 등 위험요소를 알고 적극 관리해야 한다.
13일 세란병원에 따르면 어지럼증은 두통과 함께 신경과를 방문하는 환자가 호소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보통 빙빙 돌거나 붕 뜨는 느낌, 현기증, 눈앞이 캄캄해짐 등으로 표현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통계에는 ‘어지럼증 및 어지럼’ 환자는 10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35만명)보다 여성(65만명)층에서 어지럼증 환자가 두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대로는 60~69세, 70~79세 등 노년층에서 환자 수가 늘었다. 노년층과 여성에게 어지럼증 환자가 많은 까닭은 생리해부학과 호르몬 요인 등이 다양하게 작용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약 30%가 어지럼증을 경험하며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단순히 ‘빙빙 도는 느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냥 어질어질하다’, ‘가끔 정신이 아찔하다’는 식의 명확한 설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귀와 뇌, 혈압, 심장, 약물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어지럼증은 노인 낙상의 가장 흔한 전조 증상 중 하나다. 노인에게서 어지럼증이 흔한 이유는 △전정 기능의 노화 △감각 통합 기능 저하 △기립성 저혈압 △만성질환 및 복용 약물(이뇨제, 항우울제) 등이 있다.

이한상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나이가 들면 귀 안에 있는 전정기관(평형 감각 담당) 기능이 저하되어 균형 유지가 어려워지고 어지럼증이 쉽게 생긴다”며 “시각, 전정, 고유감각(근육, 관절 감각)이 서로 정보를 통합해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 기능 또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많이 나타나는데 중년 여성에서 그 비율이 특히 높다. 호르몬 변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에스트로겐 변화는 전정계 기능과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석증이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약 2.4배 더 많이 발생하며 골밀도 감소와 관련이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 칼슘과 뼈 대사에 영향을 준다. 귀 안의 전정기관의 이석(이상 위치로 빠져 나온 귀의 작은 칼슘 결정체)이 더 쉽게 떨어져 나올 수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이석이 더 잘 떨어져나가고 다시 흡수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과장은 “노인의 어지럼증은 증상 자체에 의한 불편함도 있지만, 이로 인해 활동이 줄어들고 낙상과 골절 등의 이차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어지럼증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편두통과 관련한 어지럼증은 여성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며 심리적 요인, 폐경 후 골밀도 감소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갑작스럽고 심한 어지럼증, 말이 어눌해짐, 팔다리 힘이 빠짐, 시야가 두 개로 보임, 의식이 흐려지거나 쓰러짐 등이 나타날 경우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이 과장은 “어지럼증은 신체 균형을 무너트리고 노인의 경우 넘어지면 고관절, 척추 골절이 발생하고 회복이 매우 어렵다”며 “이석증은 물리적 치료로 호전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재발이 잦고 만성 어지럼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어지럼증은 원인 파악이 중요하므로 자가 처방을 통한 약물 복용보다는 전문의 상담을 적극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