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연골세포 주사로 골관절염 치료 새 길 열다

2025-05-13 13:00:03 게재

줄기세포로 3D 연골세포 제작

“면역 거부 반응 없어” 안전 확인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연구진이 3차원 연골세포치료제로 골관절염 치료에 성공했다. 면역거부 반응이 없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손상된 연골 자체를 줄기세포로 대체하거나 재생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초고령사회에서 골관절염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된다.

13일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의료원 첨단세포치료사업단의 주지현 교수, 가톨릭대의대 유도만능줄기세포 응용연구소 임예리 교수, ㈜입셀 남유준 박사 공동연구팀과 서울성모병원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만든 3차원 연골 세포 주사제를 골관절염 환자에게 투여해, 안전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치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로, 손상된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지현 교수 연구팀은 4월 17일과 4월 30일, 두 명의 골관절염 환자에게 ‘유도만능줄기세포(이하 iPSC)’에서 유래한 3차원(3D) 연골 세포를 관절강에 직접 주사했다.

환자 모두 치료 과정에서 특별한 이상 반응 없이 시술을 마쳤다. 짧은 기간 내 염증이나 통증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줄기세포 기반의 3D 연골 세포를 주사로 투여한 임상 사례로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iPSC는 성인의 피부나 혈액 세포처럼 이미 정해진 역할을 가진 세포를 다시 초기 상태로 되돌려, 어떤 세포로든 자라날 수 있도록 만든 줄기세포다.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이나 기관의 세포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iPSC를 이용해 연골 세포를 만들었고 이 연골 세포를 3차원 구조의 ‘스페로이드’ 형태로 가공해 주사제 형태로 개발했다. 스페로이드는 말 그대로 작은 구형의 세포 덩어리다. 몸 안에 넣었을 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의 핵심은 주사제가 투입된 공간이 ‘관절강’이라는 점이다. 관절강은 관절을 싸고 있는 공간이다. 일반적인 조직보다 면역세포의 접근이 제한되는 ‘면역 특권’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타인의 세포를 몸에 넣으면 면역체계가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이를 ‘면역 거부 반응’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절강은 혈류가 제한되고 면역세포도 잘 침투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이식된 세포가 비교적 안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연구팀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지 않은, 즉 다른 사람에게서 유래한 iPSC 연골세포를 이식하고도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기존 치료법에서는 보기 힘든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골관절염은 나이가 들거나 반복적으로 관절을 사용하면서 연골이 닳고 관절통과 움직임 제한이 생기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약물·물리·주사 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주 교수는 “이번 임상은 단순한 한 번의 시도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줄기세포 연구와 임상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장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면밀하게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은, 줄기세포 치료의 상용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민창기 단장도 “이번 프로젝트는 병원과 대학, 산업계, 연구소가 긴밀하게 협력해 만들어낸 모범 사례”라며 “앞으로 글로벌 다기관 임상으로 확장해 세계적 수준의 재생의료 기술 상용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의 인프라 지원을 통해 추진됐다. 주지현 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는 첨단세포치료사업단이 중심이 되어 연구와 임상을 통합적으로 수행해 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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