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슈머’ 외식·식품업계 쥐락펴락
‘귀 기울이면 잘 팔린다’
소비자 의견 반영 ‘원 모어 커피’ 돌풍 … 글로벌 히트 메뉴 들여 오고 단종제품 재출시도
스타벅스 코리아 ‘원 모어 커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 모어 커피’란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대상으로 조금 더 커피를 원할 경우 한 잔의 커피를 60% 할인한 가격에 내주는 맞춤형 커피 판매제도다. 텀블러 개인컵을 이용해 음료를 구매하면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고 400원 할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난달 23일 첫선을 보였는데 시범운영 일주일 만에 이용자가 70% 이상 늘었다. 카페인 부담 없는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2배 가까이 늘었을 정도다. 초기지만 소비자 반응만큼은 폭발적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나른한 오후 커피 한잔 더 마시는게 소소한 행복이라는 고객 의견을 경청해 부담없이 커피를 즐기실 수 있도록 기획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요구를 제품이나 기업 운영에 반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보이슈머’(보이스와 컨슈머 합성어) 힘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여론 형성과 확산이 빨라지면서 보이슈머 목소리를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반영하는 외식·식품업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 원 모어 커피처럼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입소문 효과로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며 이들의 의견을 제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면서 “특히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메뉴를 국내에 도입하거나 과거 사랑받았던 제품을 재출시하는 등 소비자 요구에 기반한 전략적 행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으로 보이슈머가 외식·식품업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치킨·버거 브랜드 KFC는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사이드(곁가지) 메뉴 ‘매쉬포테이토&그레이비’를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KFC 측은 “부드럽고 촉촉한 매쉬포테이토에 고기 육즙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진 이 메뉴는 온라인상에서 KFC 대표 곁들임 메뉴로 자주 언급되며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면서 “꾸준한 국내 출시 요청이 이어지면서 국내에도 정식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KFC는 ‘매쉬포테이토&그레이비’를 통해 소비자와 친밀감을 높이는 동시에 차별화한 메뉴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양식품은 ‘큰컵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 10월 중국시장에 한정판으로 먼저 출시돼 조기 품절 사태를 일으킬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뜨거운 반응은 곧바로 국내로 이어졌고 출시요청이 쇄도했다.
삼양식품 측은 “소비자 요구와 함께 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 증가를 고려해 국내 정식출시를 결정했다”며 “불닭볶음면 특유의 감칠맛에 코코넛밀크와 게살향이 더해져 매콤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요청에 따라 해외 인기제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사례만큼 과거 큰 인기를 끌었다가 단종된 제품을 소비자 요구에 힘입어 재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너시스BBQ 그룹이 2016년 단종된 ‘마라핫’을 다시 선보인 경우가 그렇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마라 맛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마라핫’의 독특한 매운맛을 기억하는 소비자 문의가 계속돼 재출시로 이어졌다. 단, 과거제품보단 선택지를 넓히며 소비자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다.
제너시스BBQ 그룹 측은 “마라 소스에 향취고추와 땅콩을 더하고 BBQ 특제 소스를 활용해 맵기를 1~3단계로 구성했다”면서 “소비자 취향에 따른 선택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농심켈로그는 단종했던 ‘첵스초코 쿠키 앤 크림’을 재출시했다. 보이슈머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기울인 경우다.
농심켈로그 측은 “부드럽고 진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제품은 단종 이후에도 꾸준한 재출시 요청이 이어졌다”면서 “영양 설계를 개선하고 맛을 한층 풍성하게 개선해 새롭게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단백질 함량은 높이고 당류는 줄였으며 통곡물로 만든 기존 첵스초코의 바삭한 식감에 진한 쿠키 앤 크림 풍미를 더했다는 게 농심켈로그 측 설명이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진정성 있게 반영하는 노력은 브랜드와 고객 간 신뢰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