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활용해 섬 어린이 꿈 지킨다
지정기부·민간플랫폼 도입효과 확산
산불지역 88억원 모금, 효능감 커져
지난달 산불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모금으로 고향사랑기부제의 구호성금 기능을 확인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번에는 소멸 위기의 섬 지역 어린이·청소년 지원을 위한 모금에 나선다. 지정기부와 민간플랫폼 개방에 힘입어 고향사랑기부제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1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와 전남 완도군·진도군·고흥군은 섬 어린이·청소년 지원을 위한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을 진행한다.
지정기부 대상은 △완도군 BC유소년야구단 지원 △진도군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인건비 지원 △고흥군 소록도 글로벌리더 양성 거점공간 조성이다.
우선 완도군은 지난해 창단해 1년 만에 전국대회 3위를 차지한 BC유소년야구단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기부 모금 창을 열었다. 섬 지역 어린이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완도군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부터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운영 지원을 위해 지정기부 모금을 진행 중인 광주 동구의 성과를 본보기 삼아 모금을 시작했다.
진도군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인건비 지원을 위한 지정기부를 시작한 것도 지역소멸 대응 방안의 하나다. 진도군은 지난 2023년 6월 처음으로 개원한 군 지정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지속해 운영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의료진 인건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웃한 전남 곡성군·영암군 성과에 자극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다. 곡성군은 고향사랑 지정기부 덕에 지난해 처음으로 주 2회 소아과 출장 진료를 시작했고, 올해는 매일 상주 진료를 위해 시즌2 모금을 진행 중이다. 영암군도 지난해 지정기부를 활용해 20년 만에 소아과를 개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흥군은 올해 지정기부와 민간플랫폼 도입을 통해 소록도에 청소년 교육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흥군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 12억3000만원을 모금해 기초지자체 가운데 2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와 올해까지 더해 누적 24억원을 모금하는 등 제도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지자체다.
행안부는 이들 지자체의 기부금 모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기부 참여자 가운데 10명을 추첨해 올해 섬의 날 기념식 개최도시인 완도군의 호텔 숙박권과 완도 해양치유센터 이용권을 경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로 여섯번째를 맞는 섬의 날(8월 8일)을 앞두고 진행하는 지정기부 지원 사업이다.
행안부와 지자체들이 섬 지역 어린이·청소년 지원 등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도입한 지정기부와 민간플랫폼 개방 효과를 기대해서다.
실제 지정기부와 민간플랫폼 개방을 처음 시행한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879억3000만원(77만4000건)으로 모금 첫해인 2023년 650억6000만원(52만6000건)보다 35% 늘어났다. 민간플랫폼 도입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고, 지정기부 참여 지자체도 소수였지만 결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같은 효과는 올해 산불 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모금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경북 영덕·안동 등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8개 지자체의 모금액은 5월 11일 기준 88억3000만원이다. 모금을 시작하고 채 50일이 되지 않아 만든 결과다.
이에 힘입어 올해 전체 모금액도 많이 늘어났다. 5월 11일 기준 전국 지자체 모금액은 283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147억원)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운 금액이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는 “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발전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섬의 날 행사와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고향사랑기부제가 다양한 지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