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체코-한국 원전계약 중단 요구

2025-05-13 13:00:12 게재

트럼프 대응 지역경제 블럭화

프랑스출신 “보조금 조사해야”

산업부 “보조금 말도 안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사업과 관련해 프랑스 출신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가 계약절차를 중단하라고 체코정부에 요구했다. EU가 지역경제 블럭화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적인 행동인지, 프랑스 출신 관계자의 개인적 도발인지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유럽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루카시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장관은 체코 공영방송 CT 인터뷰에서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에게 관련 서한을 받았고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블체크 장관은 서한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시각과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과 입찰경쟁에서 밀린 EDF는 체코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6일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에 7일 예정됐던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의 최종계약 서명식이 무산됐다. 또 EDF는 한수원이 EU의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위반했다며 EU 집행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EU가 2023년 7월 도입한 FSR은 EU 역외 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면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는 규정이다. EU는 직권조사 결과 불공정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인수합병·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EDF는 한국 정부가 한수원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다니엘 베네시 체코전력공사(CEZ) 사장은 이날 체코 CTK통신에 “프랑스 측이 원전 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정부가 EU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마스 레니에 EU 대변인은 “단일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집행하고 체코 당국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자국 이익을 옹호한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그렇다면 EU가 지역경제 블럭화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후 △상호관세 부과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모든 정책을 미국 중심으로 추진함에 따라 EU 등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한수원은 “이번 입찰과정에 성실하고 책임있게 참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체코정부 및 발주기관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본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신규원전사업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면서 “보조금 이슈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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