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인하에도 미 경제둔화 불가피
블룸버그 “고용·소비 지표 약화 전망”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중국과 일시적인 관세인하를 골자로 무역협상을 타결했지만 미국경제의 둔화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올해 말 전면적인 경기침체 발생 리스크가 줄어들었지만 이달과 내달 미국의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악화될 것이 명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12일(현지시각) 지난달 중국산 수출품에 부과한 145% 관세를 향후 90일 동안 일시적으로 30%로 대폭 낮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과 비교하면 이마저도 큰폭의 상승이다.
EY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데이코는 “미중간 일시적인 관세 인하는 주목할 만한 상황전개다. 하지만 경기둔화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관세부과에 앞서 급등한 수요, 물가상승 압박, 여전한 정책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여전히 미국의 고용과 소비를 짓누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경제지표엔 아직 관세 고통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소매판매가 대표적 사례다. 올 3월 지표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관세를 앞두고 소비지출을 대거 앞당기면서다. 이달 2일(현지시각) 발표된 4월 고용시장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운수송 화물 부문 기업 고용주들은 수요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을 대폭 늘렸다.

블룸버그는 “90일간 관세인하로 미국 가계와 기업이 이전처럼 상품과 제품을 쌓아두려 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이에 회의적이다. 그는 “이달 26일(현지시각) 미국 현충일(Memorial Day)을 즈음해 실업보험 신청건수가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6월 고용보고서에서는 고용둔화가 더욱 명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행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무역합의를 속속 타결하면서 무역전쟁 긴장감은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전쟁은 지속된다”며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앞당긴 사재기에 대한 대금지불이 이달부터 시작해 6월, 7월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트럼프정부가 중국산 수출품에 부과한 145% 관세로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선이 급감했다. 해상물류분석 플랫폼 ‘제네타’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운송기간은 일반적으로 22일이다. 거기에다 선적과 양하, 배송에 추가로 시일이 걸린다.
로스엔젤레스항 항만청장 진 세로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달말 미국의 중국산 수입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와 마찬가지로 세로카 청장도 향후엔 사재기 급등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반대 예상도 있다. 미국 지역은행 코메리카뱅크,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등이 대표적이다. 코메리카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밸 애덤스는 “미국 수입업체들은 관세가 다시 오르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근시일 내 중국산 수입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국발 컨테이너선 급감은 향후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산 상품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인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물가 충격은 본격화하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6월 중반 발표된 5월 물가보고서에서 관세충격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상점의 재고가 줄어들면서 향후 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관료들 역시 관세인하 합의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현재 발표된 수준의 관세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카고연방은행 오스탄 굴스비 총재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웰스파고 선임이코노미스트 팀 퀸란은 “모든 이들이 90일 관세인하에 손뼉을 치고 있지만 나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단지 한단계 낮아진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각종 경제지표에서 관세에 따른 비용이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은행들은 미중간 일시 합의를 기반으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상향조정했다. UBS는 올해 미국 GDP를 당초 0.5% 상승에서 0.9% 상승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미국 GDP는 2.5%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0.5% 상승에서 1.0% 상승으로 올렸다. 반면 향후 12개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45%에서 35%로 낮췄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