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많이 찾는 일본 지방도시 잇따라 숙박세 도입

2025-05-13 13:00:15 게재

현재 12개 지자체가 도입, 40여개 시도가 검토중

교토, 최저 200엔부터 1만엔까지 5개 구간 설정

방일객 1분기 1천만 넘어 … 한국인 250만명 1위

우리 국민들도 많이 찾는 일본 지방도시의 숙박세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숙박세가 도입돼 시행중인 대도시는 물론 소도시까지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짧은 여행이라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숙박요금에 따라 차별화하고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단 시간에 1000만명의 외국인이 입국한 사실과 함께 지자체의 숙박세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독자적으로 과세하는 ‘숙박세’ 도입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과세 대상에서 지역 주민을 제외하는 규정도 신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온천 여행으로 유명한 시즈오카현 아타미시가 올해 4월부터 숙박객 1인 1박당 200엔(약 1900원)의 숙박세를 징수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12개 지자체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

아타미시는 이번 숙박세 도입으로 연간 약 6억엔(약 57억원)의 세수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시는 거둬들인 세수로 아타미시 관광국의 운영과 여름철 불꽃놀이 운영비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숙박세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액제로 시행하고 있다. 2002년 가장 먼저 도입한 도쿄는 숙박객 1인당 1박을 기준으로 100엔 또는 200엔을 부과하고 있다. 부과 기준은 숙박요금에 따라 다르다. 도쿄도가 숙박세를 통해 거둬들일 세수는 연간 약 64억엔(약 6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옛 수도이며 한국인도 많이 찾는 교토는 2018년부터 숙박세를 도입했다. 현재는 숙박요금에 따라 1박당 200엔부터 1000엔까지 3개 구간을 두고 있다. 숙박료 부과 기준은 △1박 숙박료 2만엔 미만의 경우 200엔 △숙박료 2만~5만엔의 경우 500엔 △5만엔 이상의 경우 1000엔 등이다.

하지만 교토시는 2026년부터 부과 기준을 5개 구간으로 늘리고, 숙박요금이 하루 10만엔(약 95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1만엔(약 9만5000원)까지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교토에서 하루 100만원 가량의 고급 호텔이나 여관에 3박4일 정도 묵을 경우 최대 30만원 가까운 숙박세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세르히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사진 왼쪽 세번째)이 지난 3월 일본 교토에 있는 한 불교 사원을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액제로 부과하지만, 홋카이도 굿찬마치는 숙박료의 2% 정률제로 부과하고 있다. 인구 1만6000명에 불과한 기초단체인 굿찬마치는 겨울철 스키시즌 등에 외국인이 많이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는 숙박세 부과를 통해 연간 4억4000만엔(약 41억원)의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숙박세 도입을 확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지자체도 많다. 내년부터 미야기현과 홋카이도, 히로시마현 등이 시행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남단 관광지인 오키나와현과 치바현 등을 포함해 향후 40개 이상의 광역 및 기초단체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 숙박세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내 사정에 맞춰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과세하는 법정외 목적세에 해당한다. 중앙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주민들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 가중되는 등의 문제가 없으면 대체로 허용된다.

다만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가 이중으로 부과하는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예컨대 2020년 4월부터 200엔의 숙박세를 부과하고 있는 후쿠오카현의 경우 현내 후쿠오카시와 기타규슈시에서도 별도로 150엔 또는 450엔을 과세하고 있다. 다만, 이들 두곳의 기초지자체에 머물 경우 현의 숙박세는 50엔으로 감액된다.

한편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은 올해 1분기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정부 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3월 월간 방문객수는 349만7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올해 1분기 누적 방문객 수도 1053만7300명으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JNTO는 1분기 해외 방문객의 급증과 관련 “봄철 벚꽃 개화 시즌과 맞물려 방일 수요가 늘었다”면서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국을 중심으로 방일 관광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의 국적별 현황을 보면, 중국이 236만49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1% 증가했다.

한국은 1분기 누적 중국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최대 방문국가로 집계됐다. 한국인은 올해 1분기 250만6100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 내에서 소비하는 금액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의 자국내 소비액은 2조2720억엔(약 21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2조2969억엔)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1인당 소비액은 22만2000엔(약 210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23만6000엔)에는 소폭 미치지 못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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