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20년째 대선 단골공약 된 가덕도공항
가덕신공항의 2029년 개항이 무산되면서 부산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2년 연장안을 들고 나온 후 지역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는 연일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8일 국토부에 기본설계안을 제출하면서 공사 기간으로 정부 입찰 조건인 84개월(7년)이 아닌 108개월(9년)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공기 연장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대안 제시를 요구했지만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 연장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의계약이 중단됐다.
그동안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의 공기연장 주장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84개월’로 못 박은 공고문에 따라 입찰에 응하고서는 뒤늦게 공기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사 난이도 문제는 처음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현재 시민들은 시공사보다 국토부와 부산시에 더 분통을 터뜨린다. 부산시는 아직도 ‘조기착공’ ‘적기개항’만 외치고 있다. 2029년 개항을 하려면 오늘부터 당장 공사에 들어가더라도 4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 입찰하고 시공사 선정 후 기본설계에 실시설계를 마치면 최소 1년 이상 걸리니 3년 남짓한 시기에 개항을 해야 한다.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모든 게 무너지는 상황인데도 부산시는 마치 환상 속에 사는 것 같다.
가덕신공항은 단골 대선공약이다. 이명박정부 대선공약에서부터 시작된 가덕신공항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 윤석열정부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공약에 포함됐다. 2029년 개항에 차질이 생기면서 차기 정부 공약에 포함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20년 가까이 대통령 당선자 공약집에 포함되는 것은 가덕도공항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가덕도공항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대구경북과 신공항 쟁탈전이 벌어지며 엎어졌고, 문재인정부에서 가까스로 기사회생시켰지만 아직까지 입찰조차 원점인 상황이다.
현재 지역에서는 인천공항 때문에 가덕신공항이 뒷전에 내몰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토부가 2033년 여객 수용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공항 5단계 확장 공사를 우선하기 위해 가덕신공항 개항을 늦추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설사 이런 주장이 가덕도공항 건설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항을 현실화시킬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새로 입찰한 후 3년여 남는 기간에 개항을 하라는 요구가 더 억지스럽다.
문제는 또 다시 정치쟁점이 되면 가덕신공항 앞길은 더 험난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새 정부든, 지난 정부든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제대로 된 계획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