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관세 휴전’에 미 기업들 긴급 출하
중국 컨테이너 앞다퉈 선적
“30%라도 145%보단 낫다”
미국과 중국이 12일(현지시간) 관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일제히 중국 제품의 선적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으로 한동안 출하를 멈췄던 기업들이 이번 ‘90일 휴전’을 생산과 공급망 복구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최고 145%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30%로 낮췄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가전업체 샤크닌자의 CEO 마크 바로카스는 중국 공장에 적재 중이던 커피머신, 슬러시 제조기 등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즉시 선적하라고 지시했다. 바로카스는 “관세가 발효될 때 중국에 출하 대기 중이던 물량이 많았다”며 “이제 배에 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내 다수 기업은 4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시행한 고율 관세로 인해 수입을 보류하거나 주문을 취소하는 등 공급망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가격 인상, 소비 감축, 직원 해고 등 자구책을 펼쳐왔지만, 이번 휴전 조치로 당분간 숨통이 트이게 됐다.
모터사이클 헬멧용 헤어넷을 제조하는 하이테일 헤어의 공동 창업자 제니퍼 버치는 “오랜만에 반가운 뉴스였다”며 약 4000개의 제품 출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일시적 완화’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우려도 여전하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30% 관세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145%에 비하면 기회”라고 말한 하우스웨어 제조업체 허니캔두의 CEO 스티브 그린스폰은 “이익 감소와 소비자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항만들도 물동량의 일시적 반등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로스앤젤레스항의 진 세로카 국장은 “의료 제품과 같은 필수품이나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계절 상품을 다루는 기업들은 즉시 재고를 쌓을 수 있겠지만, 일반 소비재의 물량 급증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기업은 이번 휴전을 활용해 뒤늦게 출하에 나섰다. 스포츠웨어 업체 CMC브랜즈의 CEO 엘렌 브린은 중국 공장에서 대기 중이던 의류 제품 40피트 컨테이너 2개 분량을 즉시 출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더 늦어졌다면 가을 시즌에 물건이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객이 이탈하거나 진열대가 비었을 가능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공급망 이전 계획을 되돌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연필을 제조하는 머스그레이브 펜슬의 스콧 존슨 사장은 “이번에도 총관세율이 60%에 달한다”며 “이미 베트남으로 슬랫(연필 목재 부분) 생산을 이전 중이며, 철회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샤크닌자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이미 지난 수년간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을 분산해왔으며, 오는 7월까지 미국 판매용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 외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바로카스 CEO는 “이번 합의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90일 후 어떻게 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당장의 선적 기회를 반기면서도, 중장기적인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에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