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 포항시민 ‘국가면책 판결’에 분노

2025-05-14 13:00:04 게재

항소심 패소에 거센 반발

포항시 “시민 고통 외면”

경북 포항시와 포항시민단체가 13일 포항 촉발지진에 따른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시민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국가 책임을 부정한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3일 대구고법 정문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가 포항지진 관련 항소심 패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진으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과 피해를 외면한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시민들이 지난 7년간 겪은 아픔과 상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은 정부조사연구단이 공식적으로 지열발전사업에 의해 유발된 ‘촉발지진’이라고 밝힌 사안이다. 감사원도 대응 미흡과 관리 부실 등 20건의 위법·부당 행위를 지적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주요 책임기관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해 지열발전 관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이 시장은 “정부 스스로 다수의 조사 결과에서 지열발전사업과 지진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는데도 항소심 재판부가 과실로 지진을 촉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한 것은 시민의 상식과 법 감정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의장은 13일 대구고법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명백한 사법농단이고 재판 농단”이라며 ““말도 안 되는 판결에 50만 포항 시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어 즉시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판결은 포항시민의 고통과 책임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국가 책임을 회피한 이번 판결은 정의의 이름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항소심 결과도 유감스럽지만 계속해서 사법부 판단 위에 숨는 정부에 더욱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책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사과와 적정한 배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대구고법 민사1부(정용달 부장판사)는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 공동대표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 111명이 국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제기한 포항 지진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지열발전 과제 관련기관의 일부 업무미흡은 발견됐으나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지진의 촉발과 관련 있는 과실의 존재 및 지진과 인관관계가 충분히 증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최세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