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4월 물가 상승률 2.3%로 둔화 …“관세 영향 아직 불분명”

2025-05-14 13:00:03 게재

기업들 선구매 효과 … 관세율 인상, 소비자가격에 전이되지 않아

연준 움직이기엔 미약한 지표 … CPI 엇갈린 해석, 증시 혼조세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2.3%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충격이 우려보다 크지 않았다. 시장전문가들은 관세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CPI 호재를 확대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관세 인상 전 기업들의 선구매 효과가 반영되고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인상 효과가 아직 소비자가격에 전이되지 않는 등 관세 영향이 아직 시장에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4월 CPI를 둘러싼 엇갈린 해석이 나오며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CPI, 4년 만에 최저치 기록 =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4월 CPI의 연간상승률은 2.3%로 전월(2.4%) 및 예상치(2.4%)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2월(1.7%)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월간상승률은 0.2%로 전월(-0.1%) 대비 높았다. 다만 시장예상치 (0.3%)는 밑돌았다. 근원CPI는 연간 상승률이 2.8%로 전월(2.8%) 및 예상치(2.8%)와 같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근원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전망에 부합했으나, 전월 대비 상승은 전망(0.3%)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4월 물가지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 캐스팅 상 6월 중 발표되는 5월 헤드라인과 코어 CPI 예상치가 각각 2.43%(4월 2.3%), 2.83%(2.8%)로 이번 달보다 높게 제시되고 있다.

◆자동차, 관세 인상 전 수입 … 주거비 0.3% 상승 = 4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다소 밑돈 원인은 상품 및 서비스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품목별로 보면 관세의 물가 영향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iM증권에 따르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물가가 3월 전월비 -0.1%에 이어 4월에도 0.1%의 안정세를 유지했고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물가 역시 4월 전월비 0.3%로 3월(0.1%)에 비해서 소폭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상품 물가 중 관세인상 등으로 우려했던 신차 가격은 전월대비 0%의 보합세를 보였고 중고차 가격도 3월 전월비 -0.7%에 4월 -0.5%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인상 효과가 아직 소비자가격에 전이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 기업들이 관세 인상 전 수입을 늘려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소비자들은 여행과 레저 등을 중심으로 임의 소비재에 대한 지출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식료품 물가가 하락한 반면, CPI에 영향력이 큰 주거비의 경우 전월대비 상승 0.3% 상승했다.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에그플레이션 현상을 유발했던 계란가격은 전월비 -12.7% 급락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다만, 전년 동월기준으로 계란가격은 49.3%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어서 에그플레이션 현상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피치는 “물가가 관세를 본격적으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서비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일종의‘ 스윗 스팟(sweet spot)’구간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수개월은 관세 인상 전 대규모 선구매 효과가 사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발 물가압력 안도하기엔 일러 =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월에 이어 4월에도 미국 소비자물가가 미약한 수준의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면서도 “4월 소비자물가에 관세발 물가 영향은 제한적 수준 내에서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4월 소비자물가 지표만 보고 관세발 물가압력을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관세 인상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기존 재고로 대응하면서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물가로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지난 3월 일시적으로 크게 둔화되었던 품목은 오름세가 확대되는 등 주요 항목별로 식품을 제외하고 서비스와 에너지, 재화의 기여도가 모두 전월 대비 증가했다”며 “실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은 가구 및 가전제품, 오디오 장비 등 레크리에이션 재화의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관세 부과의 효과가 뚜렷해지기 전 트럼프가 관세를 상당폭 인하하면서 당장의 물가 우려는 경감된 상황”이라면서 “다만 남은 30%의 관세와 90일 이후의 추가 협상 여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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