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훼손”<국회측>vs “견디기 어려운 모함”<손준성>
‘고발사주 의혹’ 공방 … 헌재, 20일 2차변론서 종결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서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놓고 국회측과 손 검사장측이 공방을 벌였다. 국회측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 헌법 책무를 져버렸다며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손 검사장측은 고발사주 의혹은 견디기 어려운 모함이라며 탄핵소추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재판관)는 13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손 검사장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국회측은 고발사주 의혹인 검사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자 권한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검사는 고위 공직자로서 일반 공무원보다 더 높은 윤리성과 책임감이 요구되고 직무의 행사에 헌법적 정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러나 피청구인(손 검사장)은 헌법적 책무를 명백히 저버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피청구인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수사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의 실명 판결문을 수집·검토했다는 의혹,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2건의 고발장 작성에 관여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하고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소위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 휩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피청구인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사적인 이해관계나 특정세력의 입장을 반영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직무상 과오를 넘어 헌법 수호의 의무를 근본적으로 위반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단지 손준성이라는 검사 한 명을 탄핵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실질적 실현을 국민 앞에 천명하는 중대한 시험대다. 피청구인의 위헌적 행위가 아무런 제재 없이 묵과되면 향후 또 다른 검사의 권한남용 행위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더 이상 검사의 권한남용과 부적절한 직무수행이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 검사장은 이날 변론기일에 나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직접 반박했다.
손 검사장은 “청구인 측 주장과 달리 저는 김웅 전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송해 고발을 사주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아울러 이 사건 고발장을 작성한 사실이 없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이나 어느 누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거나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손 검사장은 “이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저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욕과 수난의 과정을 겪어왔다”며 “제대로 된 사실 규명이 이뤄지기 전에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저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은 검사로 낙인이 찍혔다. 저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모함이자 주홍글씨”라고 했다.
손 검사장은 “22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직생활 중에 유능했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공직자로서 본분을 잃고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했다.
김형두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고발장을 전달한 메시지의 최초 작성자가 손 검사장이 맞는지 물었다. 손 검사장측은 “관련 메시지를 다른 곳에서 받아서 본인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발송했기 때문에 최초 발송자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부인했다.
헌재는 증거 확보 및 제출을 위해 20일 한 차례 더 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고발사주 의혹은 손 검사장이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며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 전 의원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사건을 수사해 손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달 24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2심은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고발장과 판결문 등을 보낸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두 사람 사이에 검찰 상급자 등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는 2023년 12월 손 검사장을 탄핵심판에 넘겼다. 헌재는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심판 진행을 정지했고,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절차를 재개해 이날 첫 변론을 열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