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장벽, 제약바이오 신약·혁신 저해”
인허가 절차 과도하게 복잡·기술이전 요구 … “다자 협상 강화로 대응해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각국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무역 장벽을 강화하면서 신약개발·혁신이 저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 등을 분석한 ‘2025 해외 무역장벽(NTE) 보고서: 바이오헬스산업 글로벌 장벽 분석‘ 자료에서 “여러 국가가 의약품, 바이오 의약품, 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제품의 인허가 절차를 과도하게 복잡화하거나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복된 임상시험 자료 제출 요구 △외국산 제품에 대한 차별적 인허가 요건 부과 △불합리한 자료요청 및 심사 지연 등이 지목된다.
중국의 경우 외국 제약사에 추가 임상자료를 요구해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는 현지 생산 또는 기술이전 요구를 인허가 요건과 연계한다.
특허권과 자료 독점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자료 독점권은 신약 승인 시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를 일정 기간 경쟁사가 활용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제도다.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강제 실시권 남용 우려가 있다. 신약 허가 과정 중 임상자료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 강제실시권은 특허권자 동의 없이도 정부 등이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해당 특허 기술을 강제로 사용하거나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권리를 뜻한다.
각국 정부가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점도 업계에 어려움을 준다. 가격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과도한 가격 인하 압박 등이 신약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 일본의 경우 약가 재평가를 통해 신약 가격을 지속해 인하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이나 백신 관련 기술 이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것도 업계에 부담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일부 국가에서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 기술 이전이나 현지생산을 필수조건으로 요구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며 “이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 협력에 부담”이라고 부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무역 장벽이 혁신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엄격한 특허 기준, 심사 지연, 강제 실시권 남용, 취약한 특허 집행 등이 브라질 태국 인도 중국 한국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혁신 의약품 개발을 위한 동력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약가통제 정책과 관련해 한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혁신 의약품 가치를 저평가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양자 및 다자 협상 강화로 무역 장벽에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비롯한 기존 무역 협정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시장 접근성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강조한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보호 무역 기조가 지속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협력을 통한 무역장벽 완화가 예상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지역별 공급망 강화, 규제 조화,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위한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