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는 무역협상 의제 아니라지만…
미 재무부 거듭 주장에도
시장은 환율압박 의구심
환율은 무역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미국정부의 입장에도 금융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전세계 각국을 상대로 무역협상을 하면서 환율정책을 의제로 포함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미국 무역협상 과정에 정통한 익명의 취재원의 말을 전했다.
이 취재원은 블룸버그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트럼프정부 경제팀 중 환율문제를 다룰 임무를 맡은 유일한 인물"이라면서 "베센트 장관은 무역협상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환율 관련 문제를 맡긴 적이 없다. 환율은 오직 베센트 장관이 있는 자리에서 협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달러강세 정책은 변함없다”며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연차총회에서 만난 각국의 재무장관들에게도 그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LA에서 열린 밀켄연구소 연례모임에서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주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참여한 베센트 장관은 “중국 협상단과 환율과 관련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트럼프정부가 약달러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무역협상을 지렛대로 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미 당국자가 이달 5일 이탈리아에서 환율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14일 한국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2%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엔화도 상승했다. 이달 초 대만달러는 수십년래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달러가치는 전세계 통화 대비 약 8%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베센트 장관은 ‘달러강세가 미국경제의 강함을 반영한다’며 공개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스티븐 미란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앉힌 트럼프의 선택은 베센트와 다른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미란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기축통화 보유국의 부담과 약점에 대처하는 여러가지 방안을 담아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 참가자들이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활이라는 트럼프정부 경제정책 목표가 결국은 달러약세를 가리키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소재 ‘캐로바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인 해리스 쿠르시드는 “환율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설익을 수 있다. 하지만 외환트레이더들은 확실히 낌새를 맡고 있다. 미국이 환율을 무역협상 의제로 삼느냐 아니냐를 놓고 시장은 이미 달러약세가 포함돼 있는 것처럼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