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하급심 ‘법령적용’ 누락 바로잡아

2025-05-15 13:00:23 게재

1심 누락, 2심도 발견 못해 … 대법, 파기환송

법원이 2년 넘게 재판하면서 실수로 판결문에 적용 법령을 기재하지 않아 피고인이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23조 1항에 따르면, 유죄판결의 판결이유에는 범죄사실, 증거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해야 한다”며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판결이유에 이 중 어느 하나를 전부 누락한 경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으로 파기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에 법령의 적용을 누락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의 한 병원을 운영하던 이씨는 2020년 1~2월 공익신고를 한 간호사에게 부당한 전보·징계 조치를 해 불이익을 준 혐의(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로 2022년 11월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약 6개월간 사건을 심리한 뒤 2023년 5월 이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는데, 판결문에 어떤 법령을 적용해 이씨를 처벌하는지에 관해 적지 않았다.

2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도 2023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재판하면서 이 같은 실수를 잡아내지 못했고, 이씨의 항소를 기각해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1심 판결의 잘못은 대법원에 와서야 드러났다. 대법원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씨의 상고 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1·2심 법원이 법령 적용을 누락했기 때문에 파기 사유가 된다고 직권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2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사무의 성격을 처음으로 밝힌 사건”이라며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세부적인 기준과 내용을 각 지역의 여건 및 실정에 맞게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학교교육에 대한 서울특별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그 관심과 참여도를 끌어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초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공익의 중대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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