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금 사용 비중 16%…7년 만에 ‘반토막’

2025-05-15 13:00:27 게재

카드·간편결제 확산, 최근 스테이블코인 가세

한은 “실물 화폐가 사라지는 일은 절대 없어”

현금 사용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신용카드는 물론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 등 대체 지급수단을 통한 결제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폐와 동전 등 실물 화폐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2024년 지급수단·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수단 중 현금 이용 비중은 건수 기준 15.9%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신용카드 46.2% △체크카드 16.4% 는 현금보다 사용 비중이 높았다. 모바일카드(12.9%)를 통한 결제도 현금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밖에 계좌이체(3.7%)와 선불충전금(2.7%) 등을 통한 사용도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3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현금 이용 비중은 2013년 41.3%에 달했지만 2015년(36.0%) 30%대로 하락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내려가 2019년(26.4%) 20%대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10%대 중반까지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20대는 체크카드, 30~50대는 신용카드를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이 쓰는 편이다. 이에 비해 6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현금 이용 비중이 높았다. 고령자는 은퇴 이후 신용카드 발급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모바일카드 등 전자지급수단 이용에서 상대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현금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지난해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현금 사용도는 2023년 기준 10%로 집계됐다. 한국의 현금 사용도는 주요 40개국 가운데 29위로 전체 대상국의 단순 평균인 23%를 밑돌았다. 선진국 가운데 일본(41%)과 스페인(38%) 독일(36%) 등의 현금사용도가 높았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4%)와 스웨덴(5%) 핀란드(7%) 등 북유럽 국가와 뉴질랜드(6%)와 캐나다(6%) 호주(7%) 등 영연방 국가의 현금사용도가 낮았다.

한은은 “현금 사용을 결정하는 여러 지표 수준이 현금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와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도 “우리나라의 현금사용도가 낮은 것은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과 카드결제 거절을 금지하는 관련 법률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금 사용 감소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달러 등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급등락하는 비트코인 등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인 편이어서 지급 결제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373억달러로 지난해 3월(1332억달러) 대비 2배 가까이로 급성장했다.

한편 한은은 대체 결제수단이 활성될 수 있지만 지폐와 동전 등 실물화폐 발행이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기자설명회에서 “한은은 실물화폐를 절대 없애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화폐는 전력이 끊긴다거나 통신이 안되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정보통신(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실물화폐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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