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단체 “국가 면책판결은 사법부 횡포”

2025-05-16 08:59:51 게재

포항지진 범대본 시민 총궐기 추진

판결문 분석 법리오해·사실오인 지적

포항지역 시민단체 등이 포항지진 피해에 국가배상책임이 없다는 대구고법의 지진피해 위자료 소송 판결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는 15일 포항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고법 항소심에서 선고된 지진피해 위자료 소송 판결문에 대한 문제 제기와 향후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고 대한민국 정부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2심 판결은 정당한 국민권익을 무시한 사법부의 횡포”라며 “정부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행정부와의 재판거래가 의심된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심 판결문의 내용이 피해자 권리구제 측면은 완전 무시됐고 오직 가해자인 피고 정부 입장만 배려한 편파적인 판결로 사회적 정의실현 측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범대본은 법률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검토한 2심 판결문의 법리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판례 등이 있는데도 감사원과 진상조사위가 확인해 발표한 내용을 법적 책임 판단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감사원 및 진상조사위원회는 지진발생 후 조사에서 물 주입량 초과, 신호등 체계 완화, 수리자극 허용 등 총 20건 이상의 위법·부당 행위를 지적한 바 있다.

또 ‘민사상 인과관계가 반드시 자연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상당성이 인정되면 족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포항지진 위자료 소송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인과관계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범대본의 주장이다.

이밖에 산업부는 사업 기획, 승인, 평가, 예산 배정 등 일련의 정책 실행 권한을 가지고 있고 공무수탁사인의 행위는 국가배상법상 귀속되는데도 2심 재판부는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법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국가의 책임을 부당하게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주의의무 위반 및 관리감독에 대한 협의적 해석으로 과실을 부정했고 환경정책기본법 적용을 회피했을 뿐만 아니라 포항지진을 천재지변으로 오인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범대본은 “포항지진 특별법은 ‘지열발전사업으로 인해 촉발된 지진’으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34조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정책의 실패로 인해 지진이 발생한 지 만 7년 6개월이 지났지만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는 정부에 대해 억지 논리와 궤변을 앞세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범대본은 앞으로 지진피해 위자료 소송을 수임한 포항지역 모든 변호인들이 힘을 합쳐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고 지역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민총궐기대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대구고등법원 제1민사부(부장 정용달 판사)는 지난 13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 대한민국 정부의 배상책임이 없으므로 1심에서 원고 승소한 위자료 300만원 부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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