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가격 인상…“관세 여파 본격화”
30% 관세에도 물가 충격
유통업종 전반으로 확산
월마트는 이달부터 여름 초까지 관세 영향을 받은 제품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한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미 일부 품목 가격은 조정된 상태다. 소비자가 가장 자주 찾는 바나나 가격은 파운드(약 0.45kg)당 50센트에서 54센트로 올랐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처럼 빠르고 급격한 가격 인상은 유통업계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라며 “공급망에서 발생한 부담이 점점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 외에도 미국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최근 인기 차종 3종의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도 미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다음 주에는 타깃(Target), 로우스(Lowe’s), 홈디포(Home Depot) 등이 실적 발표와 함께 관세 대응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미국 유통업계는 재고 확보나 중국발 물류 지연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회피해왔다. 그러나 이제 고관세 품목들이 본격적으로 매대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유통사들이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다만 월마트는 전 품목에 걸쳐 일괄적으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품목에 가격 인상을 분산하거나, 고관세 품목은 일정 부분 마진을 포기하면서 가격을 억제하는 식의 전략적 조정을 병행할 계획이다.
레이니 CFO는 “당분간은 일부 비용을 자체 흡수함으로써 경쟁업체 대비 가격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성장 중인 디지털 광고사업 부문도 수익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임시 무역협정에 따라,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145%에서 30%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이 수준의 관세도 소비자 가격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널리스트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진전을 환영한다”며 “장기적인 합의를 통해 관세 부담이 더 낮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맥밀런은 지난달 일부 유통업계 CEO들과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영향에 대해 직접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비용 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월마트는 지난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5월 2일 기준 미국 내 기존 점포(12개월 이상 운영 매장 및 온라인 포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3~4월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월마트의 저가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미국 내 소비자 지출은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월마트 측은 “소비자들이 식료품, 육아비 등 필수 지출 항목에서 여전히 매우 신중한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