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폭력, 청소년 외로움·자살 키워
청소년 15.7% 부부간 폭력 목격 … 학교 지역사회 연계 지원 필요
청소년이 가정에서 부모간 폭력을 목격할 경우 외로움이 심화돼 자살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이 건강한 가정과 사회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16일 김재엽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상대로 ‘2024 청소년 생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한 청소년의 비율은 15.7%로 나타났다. 부부폭력을 목격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생각 경험률이 1.75배 높았고 외로운 청소년은 외롭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생각 경험률이 2.13배 높았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조사들은 그동안 이어졌다.
교육부의 2020~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낀 청소년 비율은 중학생 18.3~18.7%, 고등학생 18~19%로 증가했다. 특히 여학생(22.9~23.6%)이 남학생(13.6~14.3%)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에 대한 연구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나 외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관심도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다.
국민 정신건강에 힘쓰는 나라들에 비하면 청년 자살률이 주요국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어디인가를 주목할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도 높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10~39세 사망의 42.3%가 자살로 인한 것이다. 특히 10대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연구에서도 청소년이 느끼게 되는 외로움은 가정에서 부모간의 폭력을 단순히 목격한 것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트라우마’가 지속적으로 쌓이게 된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아갈 때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고 항상 결핍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박진경 연구원은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이 가정폭력의 간접 피해자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부정적 심리상태에 주목해야 한다”며 “가정폭력이 단지 가정내 부부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로만 인식하여 외부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청소년이 부모의 폭력을 목격하는 경험을 하게되는 것은 미래를 위협하는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외로움과 자살생각 같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줄이기 위해 지금 당장 노력하지 않으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을 수 있다”며 “가정 내 폭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청소년이 살아가는데 안전하고 지지받는 사회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부모간 폭력을 목격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에 대해 학교 선생님과 협업하여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살피고 자살생각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개입하여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부와 복지부가 협업하고 지역복지관과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부부폭력 예방과 부모-자녀 간 애착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에서도 가정폭력과 외로움, 자살생각과의 연관성을 알리는 공공 캠페인 추진 등도 제안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