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 반등 배경은 개미투자자 뚝심
해방의날 관세폭탄 이후 15% 수익
시장 우상향 믿고 지속적 저가매수
4월 2일 트럼프정부 관세폭탄에 미증시는 2거래일 동안 약 6조달러가 증발했다. 월가 헤지펀드와 기타 전문투자기관을 뜻하는 ‘스마트머니’들은 주식을 내던졌고, 증권사 전략가들은 증시를 떠나라고 고객들에 조언했다.
하지만 이른바 ‘덤머니(dumb money)’로 불리는 개미투자자들은 상황을 다르게 봤다. 저가매수 또는 바닥매수 타이밍으로 본 것. 블룸버그통신은 16일 “현재 상황으로는 개미들의 인식이 옳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뒤인 4월 9일 관세 대부분을 유예했다. 이후 S&P500 지수는 현재까지 18% 상승했다”고 전했다.
베어드 프라이빗 자산운용의 시장전략가 마이클 안토넬리는 “기관투자자들은 대규모 투매를 일으켰다. 반면 개미투자자들은 차곡차곡 주식을 담았다. 결국 매도압력은 끝났다”고 말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관세유예 전날인 4월 8일 이후 바닥매수로 개미 투자자들은 약 15%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매수액은 500억달러였다.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 CEO 데이브 마자는 “각종 비관적인 뉴스에도 개미투자자들은 손실감수 의지를 보인 반면 프로투자자들은 주춤했다”며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직관에 반하는 것일 수 있지만, 개미들은 벤치마크나 불안한 고객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위축되지 않는다. 따라서 바닥에서 하고 지금 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개인투자자 고객들은 지난주말까지 22주 연속 매수우위 성향을 드러냈다. BofA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최장기 연속 매수세다.
현재 미 증시는 관세발 급락이 일어난 적 없는 것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S&P500은 최고점 대비 4% 하락에 그쳤고 나스닥100은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됐다. 미중간 무역긴장이 완화되고 트럼프정부가 무역협상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증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닥매수는 15일(현지시각)에도 힘을 발휘했다. 하락장으로 출발했지만 0.4% 상승장으로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마감이다. 베어드 자산운용의 안토넬리는 “개미투자자들이 투매 분위기를 반전시킨 사례들이 많다.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개미들은 결국 시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시장 하락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젊은 투자자들의 경향은 이해할 만하다”며 “40세 이하 투자자들은 살면서 대개 증시상승만 경험했다. 2009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까지 11년 동안의 상승장이 대표적이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쉽지 않다. 개미투자자들은 4월부터 수익을 보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이달 15일까지 계산하면 여전히 2% 손실을 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은 본전 수준이다.
그럼에도 개미투자자들은 자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년 전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약세장(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은 33일 지속에 그쳤다. 역대 최단기간이다.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 당시 S&P500은 22% 하락했지만 이후 2년 동안 20% 넘게 상승했다. 그리고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7월말까지 1년간 S&P500이 2% 넘게 하락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2007년 이래 최장기록이다.
개미투자자들이 최근 미증시를 밀어올린 동력이라는 점은 주체별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28~29일(현지시각) 미증시 주체별 거래비중에서 개미투자자들은 36%를 차지했다. JP모간에 따르면 역대 최대비중이다.
블룸버그는 “올해초부터 현재까지 따지면 개미들의 비중은 약 19.5%다. 1년 전 17%에서 상승했다. 2021년 밈주식 열풍 당시 24%에 비하면 하락했지만 펜데믹 이전 수준에 비하면 훨씬 높아졌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