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최근경제동향’에서도 5개월 연속 ‘경기하방’ 언급

2025-05-16 13:00:56 게재

“통상리스크 대응과 민생경제 회복에 정책 촛점”

KDI도 올해 0%대 성장 전망 … “내년도 어렵다”

전문가들 “과거위기와 달라, 구조적 저성장 위기”

한국 경제의 예상경로가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일찌감치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빠르게 하향조정하고 있다. 일부에선 올해 역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저 올해 우리 경제가 0%대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결제은행(IMF) 등 해외기관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추정치마저 1%대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성장률 역시 큰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1분기 성장률 주요 19개국 중 꼴찌 최근 한국 경제의 성장 부진이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처럼 1분기(1~3월) 역성장(-0.2%)한 경우도 많지 않을뿐더러, 뒷걸음의 폭도 그 어느 나라보다 컸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한 폐업한 가게에 폐점 세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내우에 외환까지 겹쳐 = 정부 시각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16일 기재부는 ‘5월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그린북)를 내고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매달 내놓는 경기 진단 보고서다.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정부지표다. 올 1월부터 5개월째 ‘경기 하방 압력 증가’란 표현을 쓰고 있다. 4월 보고서부터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란 문구가 추가됐다. 소비·투자·고용 등 총체적 ‘내우’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란 ‘외환’까지 겹쳤다는 판단이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글로벌경제는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교역·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기업 피해 지원,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13조8000억원 규모 필수추경 신속 추진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일자리·건설·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 경제 회복 노력을 지속ㆍ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통상리스크 대응과 민생경제 회복에 정부 경제정책 강조점을 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토막난 성장률 전망치 =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반토막’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부진 역시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 중 올해 성장률을 0%대로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최근 발표한 ‘2025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0.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1.6%의 성장률을 제시한 지 3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0년(-0.7%) 이후 역대 둘째로 낮은 성장률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8%)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1.5%의 성장률을 제시한 한국은행도 이달 말 0%대 경제성장률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KDI는 성장률 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여한 10% 기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p)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7월까지 유예된 25% 상호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정치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도 성장률을 0.3%p 끌어내렸다. 석 달 전 전망에선 내수 심리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치 불안에 음식·서비스 중심으로 내수 심리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투자 부진도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회성 경기부양책으론 역부족 = 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더 어둡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0.7%), 캐피털이코노믹스(0.9%), JP모건(0.5%) 등은 줄줄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대로 예측한 바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2% 수준으로 평가해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2040년에는 1%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더해 혁신 성장 동력 부족, 노동생산성 감소 등 이전부터 지적돼 온 구조적 요인이 성장 동력 저하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히 금리 인하나 재정 투입을 통한 일회적인 경기 부양이 아니라 통화·재정 정책의 정교한 공조를 통한 성장동력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더라도 ‘경기진작 연관효과’가 높은 사업에 관련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한국의 경제 위기는 팬데믹이나 금융위기와 같은 급성 질환이 아닌, 구조적 저성장에 기반한 만성질환이 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는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조합해 나가되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성장기반 회복에 정책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이런 암울한 전망에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추가적인 재정지출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 여건 악화와 국민연금 지급 보장 법제화 등 상황을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사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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