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서가·숲길…지역특화도서관 ‘눈길’
강동구 상일동에 ‘강동숲속도서관’
영·유아 시기부터 과학적 상상력↑
인공지능 로봇이 내가 찾는 책이 꽂힌 서가 위치를 안내하고 기계 팔이 움직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낸다. 고개를 들면 천정에 실물 비율과 비슷한 태양계가 보이고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만나던 과학교구 체험까지….
서울 강동구가 숲과 책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이색 도서관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 정식 개관한 ‘강동숲속도서관’이다. 16일 강동구에 따르면 시범운영 13일간 2만8000여명이 다녀가고 개관식 당일 도서 대출만 5211권에 달할 정도로 주민들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과학을 주제로 특화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자리한 곳은 상일동 명일근린공원 내 테니스장 부지다. 소음 민원으로 사용하지 않던 공간에 주차장 부지를 더해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984㎡ 규모 도서관을 조성했다. 이수희 구청장은 “초·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있고 유소년 인구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하고 배움의 기회를 넓혀갈 수 있도록 과학 중심 도서관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며 “과학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핵심 도구”라고 설명했다.
1층에는 유아·어린이 자료실, 2층에는 종합자료실과 어린이 영어 자료실, 3층에는 청소년 자료실과 복합문화공간을 배치했다. 숲 전망을 눈으로 즐기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데 도서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기술을 접하도록 꾸몄다.
전국 도서관 가운데 처음으로 인공지능 교육 전문기관인 ‘엘지(LG)디스커버리랩’과 협약을 맺고 아이들이 놀이하듯 다양한 로봇 구동 원리를 익히도록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행성 조형물과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이 운영하는 이동형 과학교구 ‘싸이팝(Sci-POP)’을 배치했다. 구는 서울시립과학관과 협업해 과학실험이 융합된 체험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숲해설사와 함께 자연을 탐구하다가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향하도록 하거나 인근 학교에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도서관을 대표하는 공간 중 한곳은 ‘최재천의 서가’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희귀본을 포함해 1200권을 기증했고 이를 활용해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서가를 꾸몄다. 강동숲속도서관 홍보대사이기도 한 최 교수는 오는 23일 ‘알면 사랑한다’를 주제로 주민들과 만난다. 이 구청장은 “최 교수가 세계적인 석학들과 화상으로 만나는 장면을 아이들이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과학을 통해 자연과 기술, 인간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과학으로 특화한 만큼 전체 장서 중 15% 이상은 관련 분야 도서로 채울 예정이다. 순수과학은 물론 환경과 생명, 기술과 융합과학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이용자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주제별 책 전시와 소개를 강화할 계획이다.
강동구는 숲속도서관에 이어 공공도서관을 주제별로 특화해 나갈 계획이다. 오는 8월 둔촌동에 문을 여는 강동중앙도서관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예술을 주제로 꾸밀 예정이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주말이면 한돌 두돌 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버지들 모습에서 도서관의 미래를 찾는다. 이 구청장은 “아빠의 낭독을 들은 아이들이 책과 함께 놀다가 청소년 공간에서 꿈을 찾고 성인이 돼서는 자녀나 손자·손녀 손을 잡고 찾았으면 한다”며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인생과 추억을 담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