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장기금리 상승 경고
공급망 충격 상시화
물가 변동성 부추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공급망 충격이 상시화될 것이라며 장기금리 상승을 경고했다. 팬데믹 이후 빈번해진 ‘공급 충격’과 관세정책 등의 변화로 경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물가변동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머스 라우바흐 콘퍼런스에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환경이 변화했다”며 “이런 변화를 반영해 연준은 지난 2020년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 등 고용과 물가에 대한 통화정책 접근 방식을 재평가,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5년 주기로 통화정책 체계를 재검토한다. 연준은 올들어 새로운 정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고빈도 데이터를 활용해 관세가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 통계보다 훨씬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실시간 분석기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분석 결과 관세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 개인소비지출(PCE)에 0.1%p 이상 상승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기준 정책금리와 연계된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파월은 이날 트럼프행정부 관세 정책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관세 공급망 교란 사태가 상시화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팬데믹 당시와 같은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이런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 또한 이날 미국의 무역정책이 공급망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중소기업 심포지엄에서 “무역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 지표가 악화해 전망이 어두워졌다”며 “공급망 교란이 물가와 생산량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앞으로 성장률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통화당국이 정부 정책의 영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관망의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파월의 연설에서 구체적인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구조적으로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여건 속 향후 금리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또 최근 미중 관세협상이 완화되면서 미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단기 랠리를 이어갔지만 이제는 관세의 성적표를 확인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협상 발 낙관론에 근거한 단기 랠리가 차츰 옅어지면서 이제 증시는 관세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경제지표에 주목하는 구간에 돌입했다”며 “생산자물자와 소매판매에서 경기둔화 신호가 차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경계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소비 풍향계 역할을 하는 월마트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어닝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 여파로 이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점증시켰다.
김영숙·이주영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