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대선, 결과 뻔한 싸움인가
선거 때가 되면 주변의 사람들이 “어찌 되나”고 자주 물어본다. 언론에 대한 신뢰는 정치인 못지 않게 바닥이지만 그래도 ‘뭔가 정보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선거판세가 엎치락 뒤치락하고 박빙양상일 때는 더욱 그렇다.
김대중-이회창, 노무현-이회창, 박근혜-문재인, 윤석열-이재명이 붙었을 때가 그랬다. 시중에는 “미 CIA보다 삼성이 더 잘 맞춘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 삼성도 노무현-이회창 선거 때는 일주일 전까지 ‘이회창 당선’으로 내부 보고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가장 정확하다는 투표 당일 실시하는 ‘개표방송 여론조사’도 뒤집히는 경우가 있으니 선거결과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과 내일신문의 경험에 의하면 선거예측은 여론조사 등의 ‘과학적 기법’도 필요하지만 ‘역사적 흐름’과 ‘바닥 민심’을 통찰하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문수 후보, 내란사태 절연해야
결과가 뻔할 때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노무현정부에 대한 비판이 하늘을 찌를 때 치뤄진 2007년 이명박-정동영 선거, 박근혜 탄핵으로 구 여권이 지리멸렬했던 2017년 문재인-홍준표 선거 때가 그랬다. 6.3 대선도 현재까지는 비슷한 양상이다.
주변에서 “어찌 되나”고 물어보긴 하지만 주로 영남 사람들이다. 영남지역은 여전히 “이재명은 안된다”는 정서가 상당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보수후보가 될 거란 기대 역시 접은 듯한 분위기다. 최근 만난 대구 사람들은 “박근혜 윤석열 무조건 밀어줬는데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권력의 중심’이라는 허영심에 먹고 살기만 어려워졌다는 푸념이 넘쳐난다.
최근 대구지역 언론 여론조사에서도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겨우 절반을 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 스스로 탄핵 이후에도 대선을 포기한 듯한 ‘자해행위’를 계속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보수언론에서조차 ‘탈 윤석열’을 보수 기사회생의 전제조건으로 ‘충고’했지만 국민의힘은 귀를 닫았다.
‘의리’를 중시하는 게 보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김문수 후보 선출 과정을 보면 그런 것도 없는 듯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마저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며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집단”이라고 맹비난했을 정도다.
김문수 후보는 최근 “계엄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지만 윤석열과 내란사태와 탄핵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이다. 하기야 김 후보가 그동안 ‘콘크리트 우파’를 정치적 배경으로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밑에서 장관까지 했는데 갑자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 후보가 ‘대선보다 당권’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내란사태에 대한 절연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 결과 속단은 금물
이재명 후보는 최대 고비인 ‘사법 리스크’를 넘기고 각종 조사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에는 “용장 지장 덕장 위에 운장(운이 좋은 장수)”이란 말까지 나돈다. 목표를 올려 과반 득표를 노린다.
반면 “이재명이 대통령되면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고 독재를 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시중의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장 특검 추진, 재판금지법 상정 등 최근 사법부와 충돌 양상은 ‘이재명 공포’에 설득력을 보태고 있다.
‘어대명’과 권력에 취하는 순간 주권자들은 냉정해 진다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100년 정권”을 외치다 5년만에 탄핵정당에 패한 게 엊그제 일이다. 대선은 아직 진행 중이고 달리기 주자는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평론가들 중에는 “결국 51대49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에서 “권력을 남용하고 말고, 정실 인사를 하지 말고, 부정부패에 빠지지 말 것”을 권고한다. 이는 꼭 대통령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자’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동네 이장도 지켜야 할 규범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분권과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각 정치세력은 대선에서 정치적 공방은 피할 수 없지만 근거없는 비난과 마타도어, 불법 나아가 테러와 같은 극단적 행태가 발호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주권자는 잡아야 할 ‘집토끼 산토끼’도, 선동의 대상도 아니다. 국가의 주인이다.
차염진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