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학자들, 납에서 금 만들기 성공

2025-05-19 13:00:01 게재

원자핵 변형해 금-197 생성

비트코인, ‘희소자산’ 되나

"상업적 활용 난망" 지적

유럽 과학자들이 납에서 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희소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기술이 과학적 성과일 뿐, 상업적으로 활용되기엔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자산, 특히 비트코인이 새로운 희소 자산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NYP)와 더타임스(The Times) 등에 따르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스위스 제네바 부근에 위치한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활용해 극한의 조건에서 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실험은 납 이온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서로 스치듯 지나가게 한 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장의 상호작용으로 납 원자핵에서 양성자 3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금의 동위원소인 금-197이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방식이다.

이번 실험은 고대 연금술사들이 꿈꿨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시도를 현대 과학이 현실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실험 과정에서 약 860억개에 달하는 금 원자가 생성되었지만, 이들은 1초도 안되는 극히 짧은 시간만 존재했으며, 총량은 29조분의 1그램에 불과했다. 금의 인공 합성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상징적 성과지만, 실제 활용 측면에서는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핵 변환은 스위스 소재 대형강입자충돌기(LHC)와 같은 초고에너지 입자가속기에서만 가능한 고난도 실험으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과학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 전문가 란 노이너는 “과학 기술이 금을 인위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면, 그 가치의 근거였던 ‘희소함’은 약해질 수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NBC ‘크립토 트레이더’ 진행자이자 크립토 밴터(Crypto Banter)의 창립자인 그는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고 누구도 인위적으로 늘릴 수 없다”며 “희소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오히려 금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1개당 10만달러를 돌파한 상태이며, 금은 온스당 32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번 실험을 계기로 금과 디지털 자산 간의 희소성 개념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납을 금으로 만드는 실험은 과학적 쾌거이긴 하지만, 금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며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에 대한 인식이 재편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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