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대한민국이 ‘김치무역 적자국’ 추락

2025-05-19 13:00:02 게재

관세청 수출입통계 1분기 수입액만 670억, 사상최대

작년 김치 무역적자만 317억원 넘어 … 매년 증가세

배추 작황부진 탓 가격 뛰자 중국산 김치 수요 급등

샤인머스캣은 해외인기 급상승,포도 수출 최대규모

이상기온과 고환율 등으로 국내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1분기 김치 수입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김치 수입이 늘면서 김치 무역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반면 1분기 우리나라의 포도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산 배추 가격이 오르면서 김치 가격도 덩달아 인상됐다. 지난달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배추는 작년 동월보다 15.6%, 김치는 20.7% 상승한 가운데 1분기 김치 수입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김치 수입 16.1% 늘어 = 19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김치 수입 금액은 4756만달러(약 670억원)로 1년 전보다 16.7%나 늘었다. 같은 기간 김치 수입 중량은 8097만톤으로 10.1% 증가했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탓에 수입액 증가율이 중량 증가율보다 높았다. 이대로라면 연간 기록도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김치 수입 금액과 중량은 이미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돌파한 바 있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전년(1억6358만달러)보다 16.1% 늘어난 1억8986만달러(약 2670억원)였다. 김치 수입량도 31만1570톤으로 사상 최초로 30만톤을 돌파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도 1억6357만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지만 수입액이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이에 따라 김치 무역적자는 지난해 2269만달러로 전년(798만달러)의 거의 3배 수준인 상황이다. 중국인 노동자가 초대형 배추 더미 속에서 나체로 김치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됐던 2021년에는 반짝 흑자를 거뒀지만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 김치는 거의 100% 중국산이며 주로 식당에서 사용한다. 중국산 김치 가격은 국내산 김치의 10%~30% 수준이다. 원재료인 배추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김치 수입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인 국내 배추의 작황부진이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 배추는 이상고온, 대설 및 한파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고랭지의 여름 배추도 이례적인 폭염 탓에 생산이 부진했다.

지난달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배추는 지난해 동월보다 15.6% 올랐으며 김치는 20.7%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서도 지난달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5442원으로 지난해보다 24%, 1000원 넘게 올랐다.

◆포도는 수출 역대최대= 반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포도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포도 수출량은 1412톤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9.8% 늘었다. 국가별로는 대만으로의 수출량이 594톤으로 전체 수출량(1412t)의 42.1%를 차지했다.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어 홍콩(225톤) 미국(157톤) 베트남(146톤) 싱가포르(114톤) 등 순이었다.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포도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0% 늘어난 1383만달러(약 193억 원)로 집계됐다. 이 역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1000만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낸 신선식품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주력 품목인 샤인머스캣의 높은 당도와 맛 등 뛰어난 품질과 우수한 저장성 등으로 해외 각국에서 수요가 증가하며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농업계에서는 앞으로 포도 수출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샤인머스캣을 호주로 수출할 때 검역 기준이 완화하면서 판로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호주 검역 당국의 합의에 따라 지난달부터 국산 샤인머스캣을 캠벨얼리, 거봉 품종과 동일한 검역 요건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샤인머스캣의 경우 호주에서 요구하는 검역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수출이 어려웠지만, 앞으로 다른 품종처럼 수출단지 등록과 봉지씌우기, 저온 소독 처리 등의 요건을 갖추면 호주로 수출할 수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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