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론’ 앞세운 3당 후보, ‘방법론’엔 이견
이재명-김문수, ‘원자력발전·노란봉투법’ 논쟁
이준석, 이재명 정책 구체적으로 집중 공략
권영국, “윤석열 대리인” 김 후보와 악수 거부
▶1면에서 이어짐
‘성장 우선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후보는 “내수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며 국내 경기가 사실상 죽었다”면서 “불경기에는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추경을 통해 서민 경제를 살리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과 재생에너지, 문화 산업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는 특별한 혜택을 주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과 채무 조정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무분별한 돈 풀기로는 오히려 자영업자 부담만 커진다”며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성장론’ 입장을 갖고 있는 3당 대선 후보들은 ‘방법론의 차이점’을 찾아 공략했다. 이 대표가 최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커피 원가 120원’과 경제선순환 구조를 담은 ‘호텔경제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준석 후보는 “호텔 경제 이야기를 들어보셨나”라며 “케인스식 승수효과를 노리고 말한 건가. 이 모델이 작동한다면, 어떤 지자체장이 법인카드를 들고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결제하고 나중에 취소하면 그 동네 경제가 돈다는 얘기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가 꺼내든 ‘호텔경제학’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16일에 ‘어느 마을에 온 여행객이 호텔에 낸 예약금 10만원으로 일련의 거래 연쇄가 발생하면 어느 시점에 여행객이 예약금을 환불받아도 마을의 경제는 활성화된다’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이다.
김 후보는 “커피 한 잔의 원가가 120원이라고 발언했다”며 “닭죽 파는 사람에 비해 커피 파는 사람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말해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현장에서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한 계곡 일대에서 닭죽을 판매하는 등 불법 영업 점포를 철거시키기 위해 상인들을 설득했던 과정을 설명하던 중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일반 유권자들에게 공약이나 정책, 의견을 쉽게 얘기한 것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거나 일부분만 떼 내 오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해하기 쉬우라고 단순화해 말한 거다. 경제는 순환이 중요하다.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걸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설명한 거다”라면서 “말에는 맥락이 있다. (2019년 계곡 철거 때) 원료 값이 이 정도 드는데 (업종을 바꾸면) 닭죽을 파는 것보다 나은 환경에서 영업하게 도와준다고 했다는 말을 한 것인데 왜곡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전통적으로 거대양당이 차이점을 보인 재생에너지와 묶여 있는 원자력발전과 노란봉투법을 놓고 붙었다. 김 후보는 안전하고 값싼 원전을 강조했고 이 후보는 후쿠시마, 체르노빌 등 ‘원전 사고’와 함께 핵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단계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로드맵으로 맞받았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 김 후보는 “이 법은 헌법에도, 민법에도 안 맞다.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대법원 판례와 국제노동기구가 다 인정하는 법으로,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정책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양자구도로 만들려고 하는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의 순환원리와 ‘모두의 AI’ 제공 방법, 해남 솔라시도의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 각종 친중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자극했다. 이 후보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라거나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내세워 “전략적으로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며 방어했다.
한편 권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내란수괴 윤석열의 대리인”이라고 직격했고 토론회 이후엔 손을 내민 김 후보에게는 두 손을 엑스(X)자로 표시하며 악수를 거부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