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아메리카’…국채·달러 동반 하락

2025-05-20 13:00:04 게재

무디스 강등·재정적자 우려에 30년물 금리 5% 돌파 … 흔들리는 달러 신뢰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에 나서고 있다. 무디스가 지난 16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로, 이날 증시는 대체로 하락세로 출발했다. UPI=연합뉴스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2023년 말 이후 최고치인 5%를 넘어서며, 월가에 ‘셀아메리카(Sell America)’ 기류가 재점화됐다. 최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지출 확대 법안 통과가 맞물리며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불거졌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19일 장중 0.14% 상승해 5.04%를 기록하며 지난달 관세 충격 때의 고점을 넘었고, 이후 4.91%으로 하락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장중 각각 1.1%, 1.5% 하락했다가 보합으로 장 마감했다. 미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0.7% 하락했다.

통상 금리가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며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했다. 이는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미국 정부와 달러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옵션 시장에서의 달러 투자 심리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부정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4월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

트리거는 무디스의 발표였다. 16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며 “지속적인 재정적자 확대와 이자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트리니데 AXA 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이번 강등은 미국이 높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낮은 비용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냉혹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미국 국채 등급 강등은 주요 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디스는 20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뉴욕멜론은행(BNY), JP모건체이스, 스테이트스트리트, 웰스파고 등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또한 BofA와 BNY의 일부 자회사 신용등급도 함께 강등했다.

이번 금리 급등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과 더불어, 18일 미 하원 예산위원회가 통과시킨 감세·예산 패키지 영향이 겹친 결과다. 16일에 예산위원회의 반대표로 제동이 걸렸던 이 법안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 조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출 삭감 없이 추진되고 있어 재정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책임예산위원회(CRFB)는 이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부채를 5조2000억달러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 큰 재정적자는 결국 더 많은 국채 발행으로 이어지며, 공급 확대와 감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한 일부 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보유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수브하드라 라자파(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소시에테제네랄)는 “이 법안이 장기물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있었던 배경은 경제력뿐 아니라 달러와 미 국채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의 불확실한 정책 기조가 커지면서, 미국 자산의 ‘안전자산 지위’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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