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휴전에도 전장은 확대”

2025-05-20 13:00:03 게재

미국, 대중국 기술제재 지속

중국, 반격무기 속속 선보여

전문가 “양국 협상카드 축적”

최근 미국과 중국이 제네바협상에서 무역전쟁의 일시적인 휴전에 합의했지만, 양국간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미중 양국이 본격적인 싸움에 대비해 협상카드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 90일간 관세유예에 합의한 직후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의 어센드 인공지능(AI)칩에 대해 전세계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출통제 위반과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중국은 즉각 ‘정당성을 잃은 제재’라며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는 보호주의, 독단주의 조치다. 미국은 중국 기술기업과 AI산업에 대한 근거없는 탄압을 멈추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와 AI 발전에 핵심인 화웨이에 대한 최근 제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넘어 전장을 확대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인 자오밍하오는 “미국은 화웨이의 발전과 성장을 점차 우려하고 있다”며 “화웨이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몰아내려는 건, 트럼프 1기정부 당시 ‘클린 네트워크 정책(Clean Network initiative)’을 통해 화웨이의 5G 인프라 영향력을 훼손하려는 노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칭화대 AI국제거버넌스연구소 부소장인 샤오첸도 “미국은 중국이 따라잡고 있다는 심각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특히 ‘딥시크 모멘트(DeepSeek moment)’가 미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중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상상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정부는 화웨이의 발전을 막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정했다”고 덧붙였다.

푸단대 자오 교수는 “미중 간 공식적인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은 협상카드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나 엔비디아 최신 칩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은 조치도 그같은 전략”이라며 “기술전쟁과 관세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두 전쟁은 서로 얽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방어에만 급급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쟁을 치를 준비를 제대로 했다고 분석한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 존 공은 “중국은 정면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접근법은 일관되게 저항과 자립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완벽히 막아서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중 간 갈등과 반목은 향후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반격을 시작했다.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가 대표적이다. 전기차와 전투기 등 다양한 첨단기술의 핵심소재인 그같은 광물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가공된다. 중국은 지난달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에 대해 7가지 희토류와 자석류 수출을 통제했다. 이를 해외로 선적할 때엔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양국간 관세유예에 맞춰 지난 14일부터 90일 동안 28개 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통제를 보류했지만, 희토류 수출통제가 해제됐는지는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전략광물의 밀수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이 단속조치에는 무역과 공공안보, 정보, 관세, 우편 관련기관들은 물론 중국 최고법원들까지 가세했다.

특정국가 기업과의 무역을 제한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나 2021년 시행된 외국제재반대법, 올해 3월 공표된 관련 가이드라인 등도 중국의 무기다. 주권과 안보, 개발 이해관계가 위협에 처했을 때 즉각 꺼내쓸 수 있다. 자오 교수는 “이런 법적 프레임은 계속 진화중이다. 중국의 방어무기가 점차 정교해지고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중 간 갈등의 전장은 이웃나라들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의회 소속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제네바 협상을 며칠 앞두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찾았다. 양국은 중국 상품의 환적허브로, 미국으로부터 각각 45%, 49% 상호관세를 부과 받았다.

이에 앞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관계증진을 논의했다. 중국은 미국이 관세협상을 활용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고 우려한다.

자오 교수는 “중국 이웃국가들이 미중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중국 상품과 투자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중국 역시 주요 이웃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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