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개편하려면 5년간 476억원 든다…80%가 인건비
국회예산정책처, 정부조직법 개정안 비용 추계
민주, 기재부 분리하고 인구부·기후부 신설 거론
3개 부처 개편에 5년간 3000억 … 500여명 증원
“관세대응 등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신중론 확산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할 경우 5년간 470억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인구부와 기후부 신설까지 하려면 장차관을 포함해 공무원은 약 500명이 늘어나고 향후 5년간 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소요 예산의 80% 가량은 증원에 따른 인건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최근 이런 내용의 비용추계서를 작성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 오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개정안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존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로 이름을 바꾸는 내용이다.
예정처는 개정안에 따라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476억5300만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평균 95억3100만원꼴이다.
이 가운데 인건비가 379억8900만원으로, 전체 비용의 약 80%에 해당한다. 기본경비는 92억3100만원, PC·사무집기 등 자산취득비는 4억33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기획예산처 신설에 따라 장·차관, 행정지원조직 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장관 1명과 차관 1명, 비서실·행정지원조직 인력을 포함해 모두 87명이 증원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장관과 차관의 보수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각각 1억6673만원, 1억5894만원으로 산정했다. 행정지원조직은 현재 기재부 비율에 맞춰 고위공무원부터 9급까지 배분했다.
예정처는 “추계 결과는 증원 인원 등 가정을 바탕으로 유사 사례를 준용해 추계한 것”이라며 “향후 실제 증원 인원 등에 따라 전체적인 재정 소요액은 추계된 금액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허성무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부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5년간(2026~2030년) 482억100만원이 들 것이라고 비슷한 방법으로 추계했다.
◆인구부·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도 = 앞서 예산정책처는 인구부를 신설하면 5년 동안 1163억~1726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구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비용 분석에 따른 결과다. 연평균 비용은 233억~345억원이다. 5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인건비는 886억~1323억원에 달했다. 장관 1명과 차관 1명을 비롯해 200명~300명을 증원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장관과 차관의 보수는 각각 1억6237만원, 1억5470만원으로 추산했다.
또 예산정책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5년 동안 723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평균 145억원 규모다. 허성무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비용 추계에 따른 결과다. 5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인건비는 523억원이다. 장관과 차관 1명을 비롯해 130명을 추가로 신규 채용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장관과 차관의 연봉은 각각 1억4969만원, 1억4583만원으로 추산했다.
◆‘여론수렴 뒤 추진’ 목소리 커진다 = 민주당은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하는 등 ‘기재부 분리 개편론’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에 정부 조직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히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 조직개편이 핵심공약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회의론도 적지 않아서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대응 등 경제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정부 조직개편부터 시작하다 불필요한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 또 새 정부 출범 뒤 2차 추경과 경제정책방향, 예산 편성 등 새틀을 짜야 할 경제정책업무가 산적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는 기존 조직으로 급한 불부터 끈 뒤 여론을 봐가며 조직개편에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