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변호사 조력받는다…채무자대리인 신청 급증
올해부터 불법사금융업자 SNS 계정만 알아도 신청 가능
4월까지 2098건 지원,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전체 지원 건수 넘어설 듯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불법추심 피해를 당한 서민들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채무자대리인 제도 이용 신청이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무료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만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채무자대리인 지원실적은 2098건으로 전년 동기(857건) 대비 144.8% 급증했다.
1~3월까지 1343건으로 월평균 약 450건 정도였지만 4월에 755건으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월에는 4월 지원 실적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전체 지원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5~6월 각 700건 이상 실적이 이어지면 상반기에 약 3500건으로 지난해 실적(3096건)을 넘어서게 된다.
채무자대리인 신청이 급증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이 주효했다. 올해부터 불법사금융업자의 SNS 계정(ID)만 알아도 채무자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 전까지는 불법사금융업자의 전화번호가 있어야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당수 불법추심이 SNS 등을 통해 이뤄져서 피해자들이 불법사금융업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또 4월부터는 신청 양식을 간소화하면서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금융감독원이 접수를 받아 법률구조공단으로 이관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신청서 내용을 서술형(주관식)에서 선택형(객관식)으로 변경하면서 그동안 서술형으로 작성된 신청서 내용에 잘못 기재되거나 누락된 내용들이 많아 금감원이 재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신청인들과 연락지연·두절 등의 이유로 법률구조공단으로 신속히 이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청 양식 간소화로 신청 후 실제 지원까지 시간이 걸렸던 병목 현상이 해소됐다.
채무자대리인제도는 불법사금융업자(미등록영업)·대부업자로부터 불법추심 피해가 있거나 법정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은 채무당사자를 지원 대상으로 한다. 채무자의 가족과 지인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채무자 등을 대신해 무료로 불법 채권추심에 대응해준다. 또 최고금리를 초과한 대출과 불법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반환청구, 손해배상,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대리해준다. 지원 기간은 최대 1년(최초 6개월, 1회 한해 6개월까지 연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때문에 달라진 채무자의 대응에 불법사금융업자들이 추심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채무자대리인제도를 이용한 분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금융신고센터에서 온라인 신청을 할 수 있고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방문 신청도 가능하다. 내년 1월부터는 법무부의 법률구조플랫폼(온라인)으로도 신청 창구가 확대된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대부계약 상담사례를 검토해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무효화 가능성이 높은 건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 원천 무효화 소송 9건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불법대부업자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무효 소송에 대한 첫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7월 22일 개정 대부업법 시행을 앞두고 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연 100%)를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보고 무효화 사유인 초고금리 기준으로 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금융위는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부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전부 무효화하는 제도는 금융 관련 법령상 최초로 도입되는 제도”라며 “관련 법령과 해외사례 등을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법상 현저히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법률행위를 전부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점 △성착취 추심, 인신매매·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을 원인으로 대부이용자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 등 다른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화 사유와의 균형성 △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연 100%)는 누구나 악의적 초고금리 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점 △유사한 사례로서 일본의 경우에도 연 이자가 원금을 명백히 초과하는 경우(연 109.5%)를 금전대차계약 무효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