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선 비관론’… 더 커지는 ‘친윤 책임론’

2025-05-20 13:00:02 게재

김문수 열세 흐름 … 윤석열과 친윤 ‘공동 책임론’ 부각

윤 전 대통령 탈당 … 홍준표 “기존 판 엎고 새 판 짜야”

6.3 대선이 불과 1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판세는 1강(이재명)-1중(김문수)-1약(이준석)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구 여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윤석열)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친윤이 주도한 지난 3년이 대선 열세를 초래했다는 판단이다.

손 번쩍 든 국민의힘 선대위 지도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이 19일 서울역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20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입소스(16~1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이재명 51%, 김문수 32%, 이준석 7%였다.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도층에서는 이재명 53%, 김문수 22%, 이준석 10%로 김 후보의 열세가 더 뚜렷했다.

대선 성격을 묻는 질문에 ‘정권교체’ 58%, ‘정권재창출’ 34%로 나타났다. 구 여권에서 ‘대선 비관론’이 커지는 대목이다.

대선 판세가 기우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구 여권에서는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윤석열정권 3년의 실패가 대선 열세를 초래했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19일 “윤 전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과 ‘윤심’ 눈치 보는 데 급급했던 친윤이 오늘날 (대선) 판세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석열·친윤에게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년 간 독주하다가 12.3 계엄과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지난 17일에는 당 안팎의 압박에 밀려 탈당하면서 당과의 인연을 끊었다. 이제 ‘책임론’은 친윤을 향하는 모습이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달 24일 대선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 대표를 끌어내렸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친윤은 ‘윤심’을 좇아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는 데 앞장섰다. 나경원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으려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윤 원장은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지만, 정작 당 대표를 끌어내리고 연판장을 돌렸던 친윤은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친윤은 12.3 계엄 이후에는 윤 전 대통령의 ‘수사’와 ‘탄핵’을 저지하는데 앞장섰다.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는가하면, 탄핵 표결 저지에도 결사적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막는 데 열중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9일 SNS를 통해 “계엄과 탄핵을 정면으로 극복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 그리고 자통당과 극우 유튜버 등 극단세력과 과감하게 절연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며 친윤을 겨냥했지만, 친윤은 여전히 모르쇠하고 있다.

친윤은 ‘탄핵 대선’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한덕수 추대론’으로 당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 대신 한 전 총리를 내세우려다가 당원들에 의해 저지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1일 SNS에서 “대선 경선판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권영세, 권성동과 박수영, 성일종은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라. 한덕수 배후조종 세력들도 모두 같이 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추대론’으로 당을 흔든 친윤에 ‘정치적 책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친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선대위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구 여권 일각에서는 “대선 뒤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을 좀 더 확실히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문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의 ‘독주’와 의원들의 ‘줄서기’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홍 전 시장은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엎고 새 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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