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고령화·인구감소 생존전략 눈길

2025-05-20 13:00:04 게재

코트라 오사카무역관 보고서

이동편의점·행정서류 발급 등

일본의 편의점이 단순 소매판매 매장을 넘어, 지역 생활을 떠받치는 ‘마을의 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은 20일 ‘일본 편의점, 위기 속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다’ 보고서에서 “일본의 편의점은 지역사회의 일상 인프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일본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인 인구감소 고령화 인력난 시장 포화 디지털전환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3월만 기준 일본 전국의 편의점 점포 수는 약 5만5792개에 달하며, 전국적으로 모세혈관처럼 촘촘한 점포망과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지방 도시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으며, 상점 폐업과 교통약자 증가로 인해 생필품 구입조차 어려운 지역이 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편의점 업계는 이동형 점포라는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패밀리마트가 운영하는 ‘패밀리마트호’다.

이는 냉장·냉동 기능을 갖춘 트럭으로, 고령자 거주지역을 주기적으로 순회하며 도시락 음료 생필품 등 5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버스정류장 등 정해진 장소에서 편리하게 이용한다. 이동 점포는 외출이 드문 고령자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웃간 안부를 묻는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기존 점포 출점이 어려웠던 지역에도 진입하면서 새로운 수익 채널이 창출되고 있다. 로손은 일부 점포를 헬스케어 지원형 매장으로 전환해 간호사나 약사가 상주하며 복약 지도와 건강 상담을 제공한다. 혈압 측정, 건강식 제안은 물론 약국과 연계된 처방 약 수령까지 편의점 공간에서 가능해지고 있다.

또 일본 편의점업계는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고용함에도 야간·심야 시간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인화 및 자동화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로손은 인공지능(AI)와 센서 기술을 활용한 완전 무인점포 ‘로손 고(Go)’를 도쿄 도심 오피스 빌딩 내에 시범 도입했다. 이 점포는 고객이 점포에 입장하면 카메라가 이를 인식하고, 상품을 집으면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패밀리마트도 고객이 상품을 들고 점포를 나가면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무인결제시시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점포의 기능을 다변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점포 내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이타마현과 이시카와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주민표, 인감증명서, 마이넘버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홋카이도의 패밀리마트 매장에서는 지역 유제품과 전통 과자를 판매하며, 오사카 인근 와카야마현에서는 지역 특산 감귤을 활용한 자체상표(PB) 상품을 개발했다.

일본 편의점이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또 하나의 분야는 디지털이다. 세븐일레븐은 ‘세븐앱’을 통해 전자결제, 쿠폰 발행, 예약 주문, 추천 상품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고객의 구매 이력과 시간대별 방문패턴을 분석해 개인별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재구매 주기를 예측해 알림을 제공한다.

패밀리마트는 ‘Famipay’라는 자체 디지털 지갑에 정기구독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의 반복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월 정액제를 통해 매일 커피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거나 건강보조식품을 정기 배송하는 방식이다.

오사카무역관 관계자는 “일본 편의점의 진화는 유사한 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실례로 구독형 소비 모델은 장기적인 고객관계 형성에 효과적이며, 편의점이 ‘일상 속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