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정위탁아동 지원 사각지대 없도록, 틈 없이 함께

2025-05-21 13:00:00 게재

가정위탁은 2003년 도입 이래 약 22년 간 부모의 사망, 아동학대 등 다양한 사정으로 친부모와 함께 살기 어려운 아이들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한 지원 제도다. 가정위탁 제도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매년 5월 22일을 가정위탁의 날로 정해 기념해 왔으며 전국 18개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위탁가정 발굴 지원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가정위탁제도는 생소하다. 2023년 발생 보호대상아동 1746명 중 가정위탁으로 보호받은 아동은 783명에 불과했다. 가정위탁이 시작되어도 어려움이 많다. 지역별 지원 편차, 위탁아동의 법적 지위, 위탁부모의 법적 권한 등 제도적 빈틈 때문이다.

우선 가정위탁아동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별 편차가 있다. 2005년 복지사업 지방 이양 이후 보건복지부 권고 기준에 따라 지자체마다 매년 자체 편성하는 예산으로 운영되기에 생기는 문제다. 올해 초록우산이 전국가정위탁센터협의회와 가정위탁아동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 지자체 160곳 중 대부분이 아동용품구입비, 양육보조금, 대학진학자금에 대한 정부 권고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지자체의 관심과 재정 상황에 따라 아동 삶의 격차가 생기는 현실을 보여준다. 차별 없는 아동보호를 위해 가정위탁사업의 국고 환원이 필요한 배경이다.

동거인 지위, 정부 정책에서 소외

가족이 아닌 동거인에 해당하는 위탁아동의 법적 지위는 아이들을 양육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한다. 가족돌봄휴가, 다자녀 혜택 등 출산장려 및 양육부담 감소를 위한 정부 정책에서 동거인 지위의 위탁아동은 소외된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에게 주어지는 장애인 전용 주차표지마저 위탁아동에게는 발급이 제한된다.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위탁가정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자동차 표지 발급, 다자녀 가구 범위 확대 등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제도화는 깜깜 무소식이다.

위탁부모의 법정 대리권 행사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환경도 문제다. 위탁부모는 제도의 틀 안에서 아동을 양육하고 있지만 친권자는 아니다. 보통의 부모처럼 법정 대리를 하기 위해서는 미성년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서류 구비 및 친권상실재판 등 복잡한 절차와 후견인이 져야 할 아동의 법적 문제, 배상 등의 책임이 결부되어 있어 위탁부모가 선뜻 미성년 후견인이 되겠다고 나서기엔 어려움이 많다.

위탁아동에게 법정 대리인은 금융 거래, 의료, 본인 인증 등 일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많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 위탁부모가 아이를 법정 대리할 제도적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위탁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환경’을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가정보호중심 전환이라는 선언적 발표보다는 실질적 정책 마련과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위탁아동, 위탁부모, 가정위탁지원센터 종사자 모두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보호 양육받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정위탁 제도 시행 22년이 된 지금더 이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있어선 안 된다.

가정보호 중심 전환, 선언보다 실행을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 가정위탁 제도가 책임 있게 시행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필자가 속한 초록우산도 가정위탁아동이 제도의 틈 없이 함께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김승현 초록우산 아동옹호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