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억강부약’ 이재명, ‘청렴영생’ 김문수
‘억강부약(抑强扶弱)’과 ‘청렴영생(淸廉永生)’.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좌우명으로 삼았던 사자성어다. 경기지사를 지낸 두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처럼 정치철학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대결도 드물다. 때문에 두 후보의 지사 시절 도정철학과 성과를 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18년 7월 민선 7기 경기지사로 취임하면서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도정의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가 20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때까지 3년 4개월여 간 이끈 경기도정의 주요 정책을 보면 이런 가치관이 잘 반영돼 있다. 그의 대표정책이자 기본시리즈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을 비롯해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 배달시장의 거대자본에 대항하는 ‘배달특급(앱)’,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환경개선,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민선 4·5기(2006~2014년) 8년간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문수 후보는 당시 자신의 좌우명을 ‘청렴영생, 부패즉사’라고 했다. ‘청렴하면 영원히 살고 부패하면 바로 죽을 것’이란 뜻이다. 말에 그치지 않고 그는 사무실 화장실 등 도청 곳곳에 이 문구를 붙여놓고 공직자들에게 청렴 실천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청렴’을 기반으로 현장 행정과 규제 혁파를 강조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냈다.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달라 주민불편이 크다며 서울·경기·인천 광역화(대수도론)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추진했다. 위기가정을 원스톱 지원하는 ‘무한돌봄’과 ‘24시간 언제나 민원실’ 등도 대표적인 성과다.
김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경기지사 시절 성과를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도 청렴도(국민권익위 평가)를 꼴찌수준에서 1위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후보는 최근 경기도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제가 경기도를 처음 맡았을 때 청렴도가 16등이었지만 마지막 3년엔 전국 1등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경기지사 시절 도정 성과를 내세우며 “유능한 일꾼을 뽑아 달라”고 호소한다. 이 후보가 도지사로 취임한 첫달(2018년 7월)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리얼미터 정례조사)는 17개 시·도지사 중 꼴찌였으나 2020년엔 5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지지율이 이어졌고 이에 힘입어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됐다.
‘좌우명’은 전혀 다르지만 경기도라는 전국 최대 지자체에서 검증된 두 후보의 리더십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지 궁금하다.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