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대출 카드론, 다시 늘어난다
찔끔 줄다가 증가세 전환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1금융권 등에서 대출이 어려운 경우, 카드론은 대표적인 서민형 대출 상품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2조5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이 증가했다는 것은 서민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론 대출기간은 2~36개월. 신용카드 한도와 별도로 신용공여한도를 정한다. 수수료는 3% 중반이지만 19%대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5월을 기준으로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경우라고 해도 주요 카드사들의 이율은 8%가 넘는다. 9개 카드사 중에서는 롯데카드가 12.36%로 최고다. KB국민카드는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401~500점 구간에도 카드론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율은 19.9%로 나타났다. 카드론에서 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금융소비자가 향하는 곳은 대부업체다.
카드론 잔액은 올 2월 42조988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부실채권 정리와 대출 심사 강화 등을 통해 카드론 잔액을 줄이려 노력했다. 3월에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었지만 4월에는 전달보다 1285억원 늘어났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8688억원으로 3월(6조8787억원)과 비교해 소폭 줄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도 6조5355억원으로 전달(6조7104억원)보다 감소했다. 빚이 돈이 늘더라도 꾸준히 갚아나간다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환대출 잔액은 늘고 있다. 대환대출은 카드 돌려막기를 말한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 다시 돈을 빌려 갚는 액수가 3월보다 773억원 늘었다. 대환대출 누적액(잔액)은 1조4535억원이나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규모를 줄이려다보면 개인회생, 파산으로 가거나 대부업체로 가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대내외 경제상황을 꾸준히 체크하고, 카드론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