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숭실대 장성연 입학처장
“AI 대학 신설… 첨단 학문 집중 육성 자긍심 줄 대학으로 거듭날 것”
최근 대학 입학가의 관심은 2028 대입에 쏠려 있다. 내신 5등급제 전환, 고1·2 과목 위주의 수능 개편으로 종전의 선발 방식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여기에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와 산업 개편은 대학 교육 전반에 혁신을 요구한다. 지난해 7월 숭실대 입학처의 수장으로 부임한 장성연 입학처장 역시 당면 과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개교 128주년을 맞이한 숭실대의 새로운 비전을 이끌어갈 학생을 선발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를 만나 숭실대의 비전과 신입생 선발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성연 입학처장
Q. 숭실대는 최근 첨단 분야,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인상인데?
2024학년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정보보호학과를 새로 개설했다. 계약학과로 매해 20명씩 선발 중인데, 입학생 전원은 2년 동안 전액 등록금을 지원받는다. 2학년을 마친 후 별도 전형을 거쳐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졸업 시까지 추가 전액 등록금, 생활지원금, 모바일 통신 요금 등을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 ‘입사 기회’도 주어진다. 지난해 2번째 신입생을 뽑았는데 정시 수석을 배출하는 등 우수한 인재가 많이 지원하고 있다. 정보보호는 첨단 산업이 발전할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분야이고, 취업 연계형 학과라는 점에서 관심이 큰 것 같다.
또 AI대학을 신설해 AI소프트웨어학부에서 2026학년 신입생을 모집한다. AI융합학부와 소프트웨어학부 등 단과대별로 흩어져 있는 AI 관련 교육과정을 한데 모아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재편한다고 보면 된다. 학과 구분 없이 트랙제처럼 2학년까지 기초 수학 및 응용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고 3~4학년 때 소프트웨어전공, 정보보호전공, 인공지능전공, AI시스템전공 등 4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역량을 심화할 수 있다. 특히 정보보호전공의 경우 정보보호학과와 같은 교수진이 동일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라 학생들에게 계약학과로 입학하지 않아도 유망 분야에서 역량을 쌓을 기회를 줄 것이다. 전공 유수 기업과 협력해 학점 인턴제(최대 6학점 인정)를 실시하는 등 현장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첨단 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사회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대학도 변화를 요구받는다. 알다시피 숭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전자계산학과(1970년)·인공지능학과(1991년)·정보과학대학(1996년)·IT대학(2005년) 등을 설립했다. IT 분야를 선도해온 만큼 AI 역시 숭실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한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위해 대학 교육 또한 혁신하는 것이 숭실대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Q. 지난해 자유전공학부를 처음 선발했다. 전형 결과와 향후 운영 방안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우수자) 47명, 정시 392명 등 총 439명을 선발했다. 2학년 진급 시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스포츠학부, 선취업후진학학과, 계약학과 외에는모두 지원할 수 있는 ‘유형 1’이었다. 인문과 자연으로 계열을 분리해 모집했는데, 인문 계열 합격자의 수시 평균 등급은 2.04, 정시 평균 수능 점수(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기준)는 85.7로 수시·정시 모두 가장 높게 형성됐다. 자연 계열도 전체 모집 단위에서 중상 정도에 위치했다. 정시 충원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덜 돌았다. 정시에서 인문 계열은 수학보다 국어·탐구·영어의 반영 비율을 높게 책정했고, 자연은 수학을 크게 반영하면서 지원자가 자연스럽게 분산됐다고 본다. 이는 향후 전공 선택 시에도 어느 정도 쏠림 현상을 완화할 장치가 될 것 같다. 입학 직후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자신의 역량이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전공이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입학 후 1년간의 대학 교육이 자유전공학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숭실대는 자유전공학부에 4명의 담임교수를 별도로 배정하고, 다양한 진로 탐색·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전공이수제를 통해 1학년 2학기부터 희망 전공 수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전공이수제란 전공이 잘 맞으면 심화하고, 전공이 잘 맞지 않는다면 복수전공, 부전공, 소전공(마이크로디그리)을 통해 한 학생당 최대 4개 전공까지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24학년 입학생부터 2학년 진급 시 이용할 수 있다. 2025학년에 입학한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한 학기 먼저 제도를 이용토록 해 전공 탐색 기회를 확대하고 본 전공 진입 시 학업 격차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Q. 숭실대는 최근 몇 년간 입시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매해 숭실대 입학 전형을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2028학년 대입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보니, 그 전에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전형을 운영하려고 한다. 2025학년 대입에서 종합전형의 면접 비중을 30%에서 50%로 높였고, 학생부교과·논술우수자전형의 인문 계열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2개 영역 합 5등급 이내로 완화하며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했다. 2026학년에도 수시 교과전형의 최저 기준을 ‘2합 5’에서 ‘2합 6’으로 완화한다.
입학 전형을 설계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공정성이다. 수시로 모집 정원의 60%를 선발하는 만큼, 각 전형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종합전형답게 선발하려고 한다. 정성 평가의 평가 기준을 세심하게 세우고, 매해 재검토와 상호 평가를 해 보완한다. 다른 전형에 비해 선발 과정이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합전형 입학생은 학점이 높고 중도탈락률은 낮으며,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가장 가깝다는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가 크다. 2013년 국내 최초로 대학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모의평가 프로그램을 도입해 고교 현장과 소통하는 등 대학 안팎에서 평가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인지 지원율이나 합격선이 매해 상승하고 있다.
Q. 대학마다 2028학년 신입생을 어떻게 선발할지 고민이 크다. 숭실대는 어떤지?
아직 여러 방향을 고민 중이다. 알다시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내신이 상대평가 5등급제로 바뀌었다. 대학 입장에선 내신은 현재와 비교해 변별력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또 9개 사회·과학 융합평가 외에는 모두 상대평가인데, 내신 등급만 반영했다간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에 학생 선택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과정과 대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교과 100%를 반영하는 교과전형에서 학생부 정성 평가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교과전형의 종합전형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2027학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서류형을 신설한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고 전공 관련 탐색도 적극적으로 했지만 면접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학교 입장에서도 새로운 성향의 인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의 경우 성적 자체는 9등급 체계를 유지하나 출제 범위가 고1~2 수준이다. 숭실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자체 평가를 진행해 정시전형을 설계하려고 한다.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수능 위주로, 어렵다면 다른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Q. 합격생을 만나보면 대학마다 어느 정도 공통된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숭실대 합격생의 공통점을 표현한다면?
함께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있다. 대학 홍보대사나 일선 고교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도 많고 활동도 활발하다. 단순히 스펙성 활동이라 참여한다기엔 매우 헌신적이라는 평가가 내외부에서 많다. 이런 성향이 졸업 후엔 유지 취업률로 나타난다. 2023년 졸업생 취업률은 70.9%로 졸업생이 1천500명 이상인 전국 대학 중 8위를 기록했다. 2023년 말까지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졸업생 비율을 나타내는 유지취업률도 86.4%로 전국 5위 수준이다. 취업을 하면 오래 재직하는 경향이 있어 일선 기업에서도 숭실대 졸업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기독교 학교로 ‘진리와 봉사’를 강조하는 철학·문화가 학생 선발과 교육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Q. 입학처장으로서의 포부는?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철학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숭실대와 지원 전공에 관심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무엇을 공부할지 생각해본 학생이 대학 공부에 잘 적응하고 사회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수많은 대학 중에서 숭실대를 선택해 입학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면 학생과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를 균형 있게 반영해 지원자와 대학 모두에 이익이 되는 입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대학 역시 학생에게 자긍심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다양한 사회 진출 경로를 학생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현 시대 대학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숭실대는 실용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학풍, 공동체를 강조하는 문화 등 숭실대의 강점을 AI 등 첨단 분야와 접목해 한 번 더 도약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리부팅’에 나선 숭실대를 학생들도 눈여겨봐주길 바란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