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중국 기업 상장폐지 검토하라”

2025-05-22 13:00:01 게재

21개 주 SEC에 공개 서한

“회계 불투명, 투자자 위험”

뉴욕증시 탈중국화 가속되나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를 나서는 사람들. 2021년 5월 12일 촬영된 로이터 자료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21개 주의 공화당 소속 최고재무책임자들이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촉구하며 미국 증시의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21개 주 금융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동서한을 보내 “중국 기업들이 미국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무너지고 있다”며 상장 유지 적격성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가변이익실체(VIE)’를 활용해 미국 증시에 우회 상장해 온 관행의 법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VIE는 중국 기업이 외국인 투자 제한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익을 우회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법적 소유는 아니지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알리바바, 핀둬둬 등은 외국인 투자 제한을 피하기 위해 케이맨제도에 역외 법인을 만들어 상장하는 구조를 구성해 왔다.

이들은 특히 외국계 감사와 투자자 보호를 저해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회계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훼손하고 있으며, 공산당이 외국 감사법인의 실사를 제한하고 복잡한 VIE 구조로 미국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공공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2022년 미·중 간 협정에 따라 출범해 중국 회계법인을 정기적으로 검사해왔지만, 이사회 의장 에리카 윌리엄스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중대한 감사 결함이 다수 발견됐다”며 “협정의 이행 가능성은 PCAOB 존속 여부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세제개편안에 PCAOB 기능을 SEC로 흡수해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미 의회 내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가 노골화되고 있다.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 존 물레나르 의원(공화당)과 상원 고령화위원회 위원장 릭 스콧 의원(공화당)은 이달 초 SEC에 “알리바바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중국군과 연계돼 미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상장폐지를 공식 요청했다. 물레나르 의원은 “SEC 신임 의장 폴 앳킨스와 직접 논의했으며, 미 자본시장이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의 감시체계와 군사 야욕을 지원하는 통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제이 올라카 미 주재무책임자재단(SFOF)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중국 공산당(CCP)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지도자이며, 이런 조치를 뒷받침할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규제를 준수하려 애쓰고 있다는 말을 믿으려면 현실 감각을 접어야 할 정도”라고 일갈했다.

현재 뉴욕증시에는 알리바바, 핀둬둬, 넷이즈(NetEase)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상장돼 있으며, 전체 중국계 상장사는 약 286개, 시가총액은 3월 기준 1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시총 5000만달러 미만의 중소형주로, 미국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대형 기술주의 경우 미국 투자자 지분율이 평균 30%에 달하는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추산한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홍콩에 이중 상장을 완료한 상태다. 알리바바는 현재 전체 거래량의 약 35%가 홍콩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투자자들도 해당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홍콩에 상장되지 않은 핀둬둬 등 일부 기업은 미국 내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해외 거래가 불가능한 투자자들이 보유한 약 7%의 시총이 시장에서 강제 매도될 경우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홍콩거래소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이탈하려는 중국 기업들과 접촉 중”이라며 상장유치를 위한 협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상장폐지 우려가 확산된 지난달, 홍콩거래소 주가는 수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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