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감사인 직권 지정’ 회사 증가

2025-05-22 13:00:02 게재

작년말 21.3% 증가 … 감사인 미선임 298사 지정

사유 중 재무기준 미달과 관리종목 기업 늘어

주기적 지정은 줄고, 대형 비상장사도 대거 빠져

금융당국이 기업의 회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외부감사인을 직권 지정받은 기업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권 지정은 주로 재무건전성 악화 등으로 회계 위험성이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회계감사를 위해 금융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2024년 외부감사 대상 회사 및 감사인 지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말 직권 지정회사는 1329사로 전년(1096사) 대비 233사(21.3%) 증가했다.

직권 지정 사유별 현황을 보면 상장예정법인(488사)를 제외하면 감사인 미선임(298사), 재무기준(3년 연속 영업손실 등) 미달(184사), 관리종목(155사) 순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인 미선임과 재무기준 미달, 관리종목 기업은 전년 대비 각각 210사, 15사, 7사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임에도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직권 지정을 받야 한다”며 “이런 기업 대부분은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외부감사 비용을 부담스러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제 상황을 직권 지정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보다는 감사인 미선임 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점검 강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 회계개혁 이후 기업에 대한 감사가 강화되면서 재계의 반발이 커지자 잇따른 완화 조치를 내놓았다. 2020년 ‘부채비율 과다’를 직권 지정 사유에서 뺐고, 2023년에는 주기적 지정 대상인 대형 비상장 기준을 자산 1000억원에서 자산 5000억원으로 완화했다. 또 재무기준 직권 지정 사유가 연속 발생해도 자유선임 기간을 보장하는 등 직권 지정 사유를 기업에 유리하게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 지정 기업이 다시 증가한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는 ‘주기적 지정’ 대상 기업이 줄어드는데 영향을 미쳤다. 주기적 지정은 다른 요인 없이 금융당국이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정기적(6년 자유선임 후 3년간 당국이 지정)으로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말 주기적 지정회사는 530사로 전년(571사) 대비 41사(7.2%)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특히 2023년 주기적 지정 대상인 대형 비상장사의 자산기준을 상향함에 따라 대형 비상장사들이 주기적 지정에서 대거 제외됐다. 전년 대비 비상장회사 감소폭은 44.4%(24사)로 높게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감사인 지정대상 1859사에 대해 51개 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지정했다.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이 속한 가군(기업 규모에 맞게 분류한 회계법인 그룹 중 최상위 집단)은 1018사(54.8%)로 전년 (851사, 51.0%) 대비 164사(3.8%p)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감사인 지정 점수 체계가 가군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외부감사규정을 개정해 이달 20일부터 시행했고, 지난달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운영 중인 ‘감사인 지정방식 개편 T/F’에서 감사인 지정기준 및 방식을 ‘감사품질’과 ‘산업전문성’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외부감사제도 설명회 등을 통해 신규 외부감사 대상회사 등이 외부감사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 및 감사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며 “감사인의 독립성 및 감사품질을 제고하면서 기업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체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지난해말 4만2118사로 전년(4만1212사) 대비 906사(2.2%) 증가했다. ‘신 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외부감사 대상 기준 개선 등으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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