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안간힘’…규제 또 푼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기본계획 개정
공공기여 완화·용적률 추가, 선 심의제도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시도지만 정작 실효성은 낮고 주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이 21일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고 22일 밝혔다. 바뀐 기본계획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조합이 제공해야 할 공공기여 비율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고도·경관지구에 저촉되거나 문화재·학교 주변 지역, 구릉지 등 높이 제약을 받는 지역은 10% 공공기여율을 일률적으로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 추가된 용적률에 비례해서 공공기여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용도지역이 1종(200%)에서 2종(250%)으로 상향됐는데 높이 제약 때문에 실제 건축 가능한 용적률이 220% 밖에 되지 않을 경우, 종상향으로 추가 확보된 용적률 20%만큼, 다시말해 10%가 아닌 4%만 부담하면 된다. 신통기획 과정에서 사업여건이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협의를 통해 추가 완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재개발·재건축에도 입체공원을 도입한다. 법에 따라 정비사업 추진 시 공원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구릉지 등은 공원 조성이 쉽지 않다. 입체공원은 건물 상부 또는 계단식 등 현실 여건에 맞게 창의적으로 만든 공원을 말한다. 특히 입체공원 면적은 대지면적에 포함된다. 그만큼 주택용지가 추가 확보되고 지을 수 있는 주택 수가 늘어난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촉진을 위해 내놓은 또다른 카드는 ‘선 심의제’다. 그동안에는 주민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정비계획을 수립하자는 취지로 주민동의율 50% 확보 후 구청장이 시에 정비계획을 입안하고 심의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선 심의제가 도입되면 주민동의율이 확보되기 전이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동의율 확보에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심의와 주민동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바꾼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선 심의제가 도입되면 사업 기간이 최대 6개월 이상 추가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 찬반 주민 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단서를 달았다. 반대동의율이 20%(공공재개발은 25% 이상) 이상인 경우에는 구청장이 주민의견 조사 및 구역경계 변경 등 재검토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지적도 = 시가 지속적으로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공사비 상승, 건설경기 악화 등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를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비유한다. 경기가 좋을 때면 용적률 제공에 대해 충분한 공공기여를 요구해야 하지만 원가 상승 요인이 많은 현재는 사업성 개선이 그만큼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규제완화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주민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민동의가 50%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가 추진되면 반대 입장 주민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현재 정비사업 상황이 악화된 것은 제도보다 시장 상황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시장이 얼마나 규제완화에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일률적인 규제완화는 실효성도 적고 나중에 되돌리기 힘든 제도를 남기는 후과도 있을 수 있다”며 “일본 도쿄처럼 역세권은 보다 파격적으로 용적률을 제공하고 주거지역은 환경을 고려해 밀도를 낮추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