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주식·채권값·달러 동반 급락

2025-05-22 00:00:00 게재

무디스 강등 여진 속 20년물 국채 입찰수요 약화가 채권 매도 촉발

트럼프 대규모 감세안 시행 이후 10년간 정부 부채 3조~5조달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대규모 감세 법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급락)했다.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최근 한 달 만에 큰 폭 폭으로 동반하락했다. 달러화 또한 100선을 밑돌았다. 미 증시와 채권, 달러화 등 트리플 약세를 보이며 재차 셀 아메리카(미국을 팔아라)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가 1%대 동반 급락했다. 한 달 만에 큰 낙폭이다. 사진은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거래 지수. 사진 연합=로이터

◆30년물 금리 5% 돌파 =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60%로 전일 대비 11bp(1bp=0.01%p) 올랐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2bp 급등했다. 이날 입찰에 나섰던 20년물 금리는 5.12%로 13bp 급등했다.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미국의 경제적 재정적 우려와 관련이 있다.

이날 미 재무부가 시행한 미 국채 20년물 입찰은 국채 시장에 만연한 불안감을 폭발시키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미 국채 20년물은 10년물과 30년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고 월가의 주목도도 낮지만,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이뤄진 첫 국채 입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160억 달러 규모의 입찰에서 응찰률은 2.46배로, 직전 6회 평균 응찰률(2.57배)에 다소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정부, 펀드, 보험사 등이 포함돼 해외투자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간접 낙찰률은 69.0%로 전월 대비 1.7%p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안이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국채의 매력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입찰 결과는 장기 미 국채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도 압력이 단기간에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나타난 미 국채금리 급등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시행을 전격적으로 유예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국채금리 급등은 ‘메가 법안’ 통과를 앞두고 채권시장이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슐러 파이낸셜그룹의 톰 디갈로마 매니징디렉터는 “우리는 오래된 재정적자 문제를 안고 있고 이 문제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너무 많은 정부 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내고자 시장이 정부와 맞서고 있다고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IMF 고피나스 부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데 먼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GDP 대비 부채를 줄이는 데 필요한 재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증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도이치뱅크는 “2023~2024년에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 금리의 동반 상승이 설득력을 지녔지만 최근에는 자본비용의 증가라는 역풍이 존재해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무디스 신용도 강등 여파 속 부채 증가 우려 =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남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법안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 강경파를 압박하고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키운 게 미 국채 매도 압력을 키웠다. 앞서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하면서 미 국채 30년물 및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9일 한때 각각 5%, 4.5% 선까지 오르며 ‘셀 아메리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1’으로 강등하며 미국 연방정부 부채의 증가와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수입 감소 등을 등급 하향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메가 법안 초안을 분석한 결과 법안 통과 시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2조5000억달러(약 3440조원)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고 추산했다.

◆‘셀 아메리카’는 진행 중 = 시장 전문가들은 셀 아메리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은 전후 세계 경제질서의 중심축이 돼 온 달러화 패권 지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신뢰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16.80포인트(-1.91%) 포인트 내린 41,860.4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5.85포인트(-1.61%) 내린 5,844.6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저장보다 270.07포인트(-1.41%) 내린 18,872.64에 각각 마감했다.

최근 한 달간 빠른 회복세를 이어온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한 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법안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 강경파를 압박하면서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키운 게 미 국채 및 증시의 동반 하락을 가져왔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의 상승은 최근 한 달 간 반등하며 재차 밸류에이션 부담에 노출된 미 증시 전반에 걸쳐 조정 압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2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미 금융시장 불안에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10.2원 내린 1,377.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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