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스마트폰 넘어설 ‘AI 기기’ 만든다

2025-05-23 13:00:02 게재

하드웨어 스타트업 ‘io’ 64억달러 인수

소비자와 독자적인 접점 확보 나선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과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손잡고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혁신적 하드웨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오픈AI는 21일(현지시간) 아이브가 이끄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약 64억달러 규모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알트먼은 21일 내부 직원 회의에서 이 프로젝트가 “우리가 해본 것 중 가장 큰 기회”라고 강조하며, 이 디바이스가 기존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잇는 ‘제3의 핵심 기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기는 사용자의 삶과 환경을 인식할 수 있으며, 주머니나 책상 위에 올려둘 수 있을 정도로 작고 비가시적인 형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브는 이를 “새로운 디자인 경향”이라고 표현했다.

오픈AI는 io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직원 55명을 흡수할 계획이다. 아이브는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오픈AI의 주요 하드웨어 디자인을 총괄하는 외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다.

알트먼은 기존의 디지털 기기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이용자들이 기존처럼 노트북을 열고 웹사이트를 띄워 입력하는 방식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알트먼은 “우리 둘다 챗GPT(ChatGPT) 구독자에게 새로운 컴퓨터를 택배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흥분되었다”며 새로운 하드웨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제품은 단일 기기가 아닌 ‘제품군(family of devices)’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WSJ는 앞서 이 기기가 스마트폰은 아닐 것이며, 아이브와 알트먼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화면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알트먼은 이 기기가 안경 형태도 아니며, 아이브는 몸에 착용하는 기기를 만드는 것에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출시 시점은 빠르면 2026년 말로 예상되며, 알트먼은 “100만대가 아니라 1억대 규모로 전례 없는 속도로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거대한 계획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센터, 기업용 기술, 챗봇, 개인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픈AI의 확장을 향한 알트먼의 대담한 비전을 보여준다.

AI 하드웨어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애플,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AI 음성 비서 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오픈AI는 독립된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길을 개척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AI 사용 경험의 중심이 될 핵심 기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에서는 이미 실패한 선례도 있다. 전 애플 임직원이 만든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이 출시한 AI 핀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최근 HP에 인수됐다. 하지만 알트먼-아이브 연합의 프로젝트는 오픈AI의 기술력과 아이브의 제품 디자인 경험이 결합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오픈AI는 이미 막대한 자금을 태우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 해 투자자들에게 2029년까지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며 그 전까지 약 44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오픈AI는 자사만의 기기를 통해 사용자와 직접 연결되는 독자적 채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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